연구•산업 동향

[출범 3주년 기고_이동호] “+1-1=2”

  • 2014.09.01
  • 498
[출범 3주년 기고_이동호] 

“+1-1=2”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어도 둘을 얻는다?!“
무슨 말일까 의아할 것이다.

오늘 필자는 High Risk, High Return 으로 정의(?)되는 신약개발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내려 보고자 한다.
 

“신약개발의 연구 과정 중에
한번의 성공(+1)과 한번의 실패(-1)를 하였다면,
우리는
성공을 맛 보기 위한
두 번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지극히 과학적이고, 또 반드시 과학적이어야만 하는 신약개발.
물질을 발굴하고, 이것이 치료 효과를 가진 신약으로 개발되기까지는 다양한 개발단계를 거친다. 한 단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에도 쉽지 않은 요소들이 많은데, 그런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해야만 비로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막대함, 그리고 높은 실패 가능성 또한 잘 알려져 있는 바이다.

이에 신약 개발에서는 높은 risk를 염두에 둔 방어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어적이기에 연구자들에게 조금 더 도전적이기를 당부할 수도 있을까.

글로벌 신약개발에서의 성공은 두말 할 것 없이 우리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는 어떤가? 이 글을 통해 실패의 경험 또한 성공적인 글로벌 신약개발 국가로의 진입에 있어 성공만큼 큰 역할을 감당할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부처 간 경계를 초월한 국내 첫 정책 모델로 탄생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지난 3년 간 이끈 소회로,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값진 실패의 경험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만큼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임을 기억하자.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약개발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3년 간의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을 통해 살펴본 국내 신약개발 연구 역량은 '구슬 서 말'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목표로 출범한 사업단은 출범 초기부터 지난 3년 간 과제선정의 자율권, 경쟁력 있는 과제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비 이월 허용, 성실실패의 인정 등의 운영체계를 갖추고, 국내 산·학·연 연구과제 200건 이상을 리뷰하였고, 이 중 54건을 선정해 지원하였다. 이는 채 30년도 되지 않은 신약개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 길지 않은 개발 경험을 가진 국내 연구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과제를 책임지고 선정, 관리하였다. 또한 성실히 연구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가피하게 연구가 실패로 마무리되는 경우, 전문가 평가를 거쳐 이를 인정해 주었다. 신약개발에 나선 무수한 연구소들이 많은 실패의 경험 속에서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오늘 실패하더라도 이것이 온전히 실패이지만은 않은 것이 신약개발이 가진 특성. 이에 사업단은 지난 3년 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도 까다로운 선정과정 등 일관된 기조로 혁신성을 갖춘 전주기에 걸친 연구과제들을 선정하고, 월 단위로 지속 관리하여 왔다. 특히 국내의 우수한 연구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단절되거나 사장되지 않도록, 글로벌 신약개발 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목표에 적합한 지원과제를 선정하였고, 동시에 신약개발 분야 전문성을 갖춘 내부 전문인력을 통해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함으로써, 이제까지의 타 정부사업과는 차별화 된 시스템으로 운영하였다.

그 결과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 라이센싱 아웃 건이 발생하면서 그 지원 과제의 경쟁력을 입증하였고, 출범 3년 차에 접어든 현재, 국내 라이센싱 아웃 4건, 글로벌 라이센싱 아웃 2건 등 총 6건의 라이센싱 아웃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BIO International Convention 등을 통해 본 사업에서 지원하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는 경쟁력이 되어 줄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지원체계 외에 국내 신약개발연구자들이 신약개발에서의 성공 또는 실패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논의 장(테크노포럼 및 심포지엄 등)을 통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구슬(민간의 신약개발 연구 과제)이 튼튼한 줄(정부 지원)을 만나 단단히 꿰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 글로벌 신약개발의 성공 경험을 가지지 못하였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에 있어 국가의 지원체계는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 분야가 국가 신성장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인 것은 분명하기에 이를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체계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글로벌 신약개발 가능성을 두고 국내의 신약개발 연구 역량에 대한 막연한 낙관 또는 비관이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막연한 낙관 또는 비관이 아니라 감히 국내 연구자들의 글로벌 신약개발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이미 우리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을 통해 국내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확인하였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좋은 시스템(범부처)도 갖추고 있다. 분명 아직은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국내의 우수 역량을 선별할 수 있는 눈과 그에 대한 정부의 지원체계가 갖추어져 있기에 머지않은 미래 세계가 주목하는 신약개발 국가로의 도약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위해 부처 간 경계를 초월한 국가 첫 모델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길 기대한다.

우리가 지나온 길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오늘이고 내일이 된다. 비록 신약개발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결실을 맺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한 걸음이 결국은 신약개발 국가로 가는 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이, 또한 사업단의 앞으로의 행보가 한국 신약개발의 오늘이 되고, 내일이 되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역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