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녹내장·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등 실명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과 만성질환의 증가, 노령인구 비율 증가 등이 지목되고 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100세 시대 진입으로 인해 전 세계 시력장애 환자 수는 2.9억 명이며, 이중 실명 환자 수는 4천만 명에 달한다. 실명된 환자의 8% (320만 명)는 녹내장 환자이며, 5% (200만 명)는 당뇨망막병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30년에는 시력장애 환자가 4.3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명 환자 수 역시 현재의 2~3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안과질환시장 역시 2010년 16조 원에서 2016년에는 21조 원, 2021년도에는 35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질환별 글로벌 시장 규모를 보면 당뇨망막병증 및 황반변성이 2010년 3.5조 원에서 2016년 7.7조 원으로, 녹내장이 2010년 5.6조 원에서 2016년 6.4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명질환의 증가추세는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4대 안과질환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구수는 2012년 기준 연평균 126만 명으로 2007년 대비 32.7% 증가했으며, 이러한 증가 추이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중 당뇨망막병증은 성인 실명 원인 1위, 황반변성은 노인실명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질환은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 시력에 손상이 되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투약 편의성·속도감 높인 연구 등 미래형 치료제 개발 ‘박차’
국내 연구진이 최근의 연구개발 트랜드에 맞는 신경보호기전의 혁신적인 후보물질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김은희 교수팀은 현재의 치료제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계획성세포괴사 경로를 타겟하는 시신경보호기전의 점안액 제형으로 3대 실명질환에 대한 글로벌 후보물질 도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현재 시판 중인 망막질환 치료제는 대부분 항혈관신생제나 안압강하제로써 실질적으로 시신경세포의 손상을 보호하지는 못한다. 또한 고통스러운 비호감성 안구 내 주사로 투약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약물전달 효율성은 좋으나 염증위험성, 환자의 불편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다양한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3대 실명질환을 대상으로 한 신규 치료제 개발 연구 및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차세대 치료제로서 시신경 세포의 손상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점안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연구의 주요 경쟁력은 ▲ 점안 제형 ▲ 세포 죽음의 직접적 차단 ▲ 세포자살(apoptosis)과 세포괴사(necrosis)의 동시 억제 등이다.
첫 번째는 점안 제형을 채택하여 투여 편의성을 높였다. 안과질환은 대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루센티스나 아반스틴 등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들은 눈에 직접 주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환자들의 고통이 심하다. 그에 비해 김 교수팀이 연구 중인 치료제는 훨씬 간편한 투여방법으로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두 번째는 세포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망막신경을 보호하는 작용 기전이다. 현재 시판중인 거의 모든 안과질환 치료제들은 혈관신생을 억제하거나 안압을 낮추는 방법으로 작용한다. 이는 진행을 늦추는 미봉책일 뿐 궁극적으로 실명의 원인이 되는 시신경세포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전은 아닌 것이다. 반면, 김 교수팀의 연구는 직접적으로 시신경세포의 죽음을 억제함으로써 실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세포자살과 세포괴사를 동시에 억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판중인 약제들은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의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만을 억제하거나 혹은 세포죽음 자체에는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죽음에 대한 방어기제가 약하다. 반면 김 교수팀이 연구 중인 약물은 두 가지 경로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는 특이적 단백질을 타겟하여 모두를 억제함으로써 시중의 약물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현재 판매되는 안과질환 치료제 중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약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향후 First In Class 약물로서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특히 노블 타겟팅이라는 기전적 강점을 부각시킨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팔로워로 시작, 연구역량 집중…“First In Class 목표”
‘계획성세포괴사 경로를 타겟하는 시신경보호기전의 점안액 제형으로 3대 실명질환에 대한 글로벌 후보물질 도출 연구’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이다.
주요 세포죽음 유발기전인 necroptosis 신호전달계 및 핵심단백질 RIPK1을 타겟하였다. 최근 망막신경절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로서, 시신경세포보조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항산화효능에 의한 말초혈액개선 효과 및 죽음촉진단백질들의 기능억제 시 시신경보호작용 등 관련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팀의 연구과제는 최신 연구방향과 일치할 뿐 아니라, 집중연구를 통해 경쟁약물 대비 우수한 실명질환 신약 도출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현재까지 세포 죽음 보호 기전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First In Class 약물개발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경세포 죽음억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는 현재 in vitro/in cell 실험에서 타겟 단백질에 대한 우수한 억제능과 세포죽음에 대한 뛰어난 보호효과를 확인하였고,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in vivo 실험에서는 약물 복강 투여 시 세 가지 질환모델인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에서 우수한 약효능을 나타냄을 확인하였다. 김 교수는 이 중 치료제가 전무한 dry AMD에 먼저 집중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점안 제형으로 rat 및 rabbit dry AMD model에서 뛰어난 약효능 검증이 완료되었고, mini-pig dry AMD model 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연구는 안전성 측면에서 심장독성시험, CYP 활성저해/유도평가, Ames 시험, chromosomal aberration 시험, micronucleus 시험을 완료했다. 또한 안정성 확인을 위한 P-gp 시험, plasma 단백질 결합 시험도 완료했다.
김 교수팀은 앞으로 후보물질의 자료수집을 완성해 나가면서 집중적인 점안제형 연구를 통해 우수한 각막투과율 및 약효능을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제형을 찾을 계획이며, 국내외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세포 죽음 조절 과정의 불균형에 특화된 연구경쟁력 갖춰
김 교수는 인간 질환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능을 규명하여 관련 질환의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죽음 조절 과정의 불균형은 여러 가지 질환을 발생시키는데, 그 중에서 세 종류의 질환을 선택,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노화와 같은 요인에 의해 생성된 죽음신호가 시신경세포에 영향을 주어 발생하는 황반변성 등의 안과질환이 그 중 하나이고, 세포가 죽음 신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 및 허혈성 질환도 주된 연구 테마이다. 특히 한국주도형 신약개발과정의 전주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김 교수는 소분자를 사용한 건성 황반변성 및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세포 죽음 관련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화합물을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과제가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 역시 근원적으로는 도파민 분비 세포의 죽음에서 겨냥하므로 세포의 죽음을 적절히 억제할 수 있다면 훌륭한 파킨슨병 치료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사업단에 바란다
KDDF의 경쟁력은 타 정부 사업단과는 달리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명확한 목표 맞춤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모든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등 과제선정 및 평가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연구자들이 수시로 정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은 사업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선정/평가 과정에서의 연구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더 나아가 연구 기간 중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도 보다 유연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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