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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_지동현] 바이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공적인 임상개발

  •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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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공적인 임상개발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대표 지동현

 

바이오 스타트업의 핵심성공요인(Critical Success Factors, CSF)은 과학(Science), 투자유치(Financing), 사람(People)의 세 가지라고 흔히 일컬어 진다.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자들은 유망한 과학에 기반한 새로운 타겟물질이나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 기업들을 열심히 찾고, 바이오텍 회사들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물질이나 기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내세워 투자 유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는 현재 과학의 우수성만이 아니라 바이오 기업이 그 투자금을 가지고 개발하여 돌려줄 미래의 가치에 대한 기대에 기반한 것이다. 글로벌 R&D 시장에서의 ‘개발’이란, 실험실에서의 연구의 결과가 환자가 누리게 될 계량화 된 유익(benefit)과 개발 후의 시장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개발전략 수립’은 환자 유익을 정의하고 이를 무엇으로 계량할 것인지, 또한 그 신약이 가장 크게 활약할 수 있는 잠재적 시장을 발견해 내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현실은 좀 다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결국 그 물질이나 기술이 가져다 줄 환자의 유익과 잠재적 시장의 크기가 투자 환수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개발의 성공은 결국 핵심 성공 요인 중 세번째인 ‘사람’에 달려 있다. 튼튼하고 확실한 과학에 기반한 바이오텍이라 할지라도, 일단 ‘개발’이라는 산 앞에 서게 되는 순간, 자신의 사고를 ‘과학 중심’에서 ‘환자와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CEO가 필요하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과학’이 어떤 질환의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 중에서도 어떤 특징을 가진 하위 그룹의 환자들이 현재의 치료로 충족되지 않는 가장 큰 의료적 어려움(unmet medical needs)을 가지고 있는지, 개발 중인 약물이 현재 혹은 미래의 경쟁 제품 대비, 임상적으로 환자들에게서 어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지, 그 경쟁우위를 임상시험 데이터로 나타내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과 통찰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적 개발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지식과 통찰은 ‘기초과학’이 아닌 ‘임상과학(Clinical Science)’과 ‘개발과학(Drug Development Science)’의 접점에서 나온다. 따라서 훌륭한 CEO 외에도 이러한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개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중개연구 전문가와 임상개발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바이오텍 회사들과 중소 제약사들은 직접 임상개발을 완료하여 시판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물질이나 기술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여 더 큰 개발사에 이전시키고 또한 동시에 기술의 가치상승을 통한 기업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물질 발굴, 전임상 단계를 거쳐, 초기임상 즉 Phase 1a, 1b 혹은 길어야 2a 까지를 직접 관리의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임상 자료와 초기 임상시험 결과라 할지라도, 그 디자인이나 결과가, 미리 잘 계획된 개발 전략에 연결된 것이어야 그 가치와 스토리를 최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증의 환자를 치료할지 중증의 환자를 치료할지, 어떤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할 계획인지, 어떤 약물과 비교할 것인지, 단독치료요법으로 갈지, 병용치료로 갈지, 어떤 약물 투여 경로나 투여 주기를 목표로 개발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비임상시험과 초기 임상시험에서 후기 임상시험 계획에 필요한 충분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비임상시험이나 초기 임상시험이 다음 단계의 임상시험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면, 매우 큰 불확실성 속에서 다음 단계의 개발로 무리하여 갈 수 밖에 없고, 이런 경우 우리가 최근 목도한 여러 문제들을 반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해외 벤처캐피탈들은 펀딩 후에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강한 내부 전문성, 특히 검증된 ‘C’레벨 인력의 확보를 요구한다. 외국의 투자 전문가들은 시리즈 A 후에 영입하여야 하는 주요 인력은 임상개발임원(Clinical Development Officer)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바이오텍의 임상개발 인력 확보에 있어서 여전히 많은 장애요소가 있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신약개발의 역사가 길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 이러한 인력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개발(clinical development)과 임상시험 운영(clinical operation)의 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어떠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인력을 언제 고용하여야 하는지, 또 고용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 외에도 대학이나 연구소의 과학자로 시작한 바이오텍의 창업자들이 비임상, 임상개발의 모든 부분에 대한 책임과 관리감독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러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의 하나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임상개발 인력 외에도 중요한 인력은 CRO나 프로젝트매니저들을 관리할 임상시험 운영(Clinical Operation) 전문가이다. 임상시험 계획, 운영 관리에 있어 최소한의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임상시험을 하든,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하든, 규모나 연속성 측면의 안정성과, 주요 국가의 허가 관청에 글로벌 기준의 신뢰성 있는 임상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SOP등을 포함한 임상시험운영 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임상시험 운영 경험이 적은 바이오텍이나 중소 규모의 제약회사들이 비록 임상시험을 외부에 맡기더라도, 꼭 필요한 내부 SOP 개발, 직무기술서, 임상시험 예산 및 계획, 분석업체를 포함한 CRO 등의 위탁기관 선정과 위임, 계약, 관리 뿐 아니라, 책임 설정, 프로젝트 관리 등을 내부에서 할 수 있어야, 생성된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확신을 회사가 가질 수 있고, 예상치 못한 환자 안전성 등의 문제 발생 시 회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텍이나 중소제약사는 위에 열거한 이유 외에도, 개발경험과 임상과학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기에 충분한 파이프라인이 없거나, 예산 문제로 전문가 확보에 소극적일 수 있다. 큰 규모의 제약회사들은 만약 임상개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충격을 조직 차원으로나 재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나, 소규모 바이오텍의 경우 회사의 존립에 문제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임상개발에 관련된 위험은 바이오벤쳐 등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들의 역할은 초기 기술평가와 투자 심의 외에도 바이오텍 회사들의 개발전략이나 관리 및 시스템의 적절성을 모니터 하는 것이다. 회사가 개발 전략 수립 및 임상시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전문성을 내부에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충분한 자격과 경험을 갖춘 인력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조언하여야 한다. 대안으로, 내부에 꼭 필요한 core 인력만을 두고, 회사에 당장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여 조언을 받고, 함께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위험기반(Risk-based)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의 맞춤형 도움을 구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그림 1).

 


 

그림 1. A strategy to secure development expertise throughout drug development process for small to medium companies. (courtesy of Dr. Hanlim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