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개발과 마케팅
한올바이오파마 총괄 부사장
최 성 준
서론
최근 신약개발은 임상 개발의 초기부터 상업화 측면의 고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연구 및 개발분야와 상업화와 관련된 마케팅의 만남이 조기에 성사되어, 향후 상업화의 성공에 필요한 여러 가지 조언들이 임상 개발의 방향에 반영된다. 그리고 후기 임상시험 이후에 허가 단계 및 급여/약가 선정의 단계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조기에 확보하여, 허가 및 급여/약가 선정 과정의 지연을 방지한다. 또한 마케팅에 필요한 의학/약물경제학/약물역학 자료를 임상개발 연구에서 확보하게 된다. 본 소고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살펴보고, 한국 제약회사에서의 방향에 대하여 제언을 하려고 한다.
본론
1. 임상개발의 어려움
의약품의 개발과정은 단순히 약효물질을 찾아 공장에서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즉 의약품과 관련된 근거와 정보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이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임상개발에 허가 관청의 눈이 높아진 것에 이유가 있기도 하다. 최근의 예로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위험도에 따라서 5년의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영향을 보는 임상시험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의 개발에도 3상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등 날로 임상개발의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측면에서는 점점 신약개발의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또한 기존의 치료법보다 우월하거나 부작용 프로파일이 개선된 신약의 개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치료법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에도 기인한다. 따라서 신약개발의 패러다임도 다음과 같이 크게 바뀌고 있다. 신약 하나로 표적 환자군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적용 환자군을 좁게 하여 개발한 후, 거기서 얻어진 의약품 정보로 허가를 확장해가는 방식의 신약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임상개발에서도 허가 및 허가 이후의 상업화 전략의 이해가 없이는, 개발을 종료하고도 실제 회사가 판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위험성이 있어서, 이 위험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2. 마케팅의 어려움
기존의 블록버스터 모델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마케팅은 예전처럼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저인망적 마케팅이 불가능하다. 또한 비슷한 군의 신약이 시차가 없이 나오면서, 임상시험에 근거한 자료가 없이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근거중심의학의 측면과 윤리적 사업관행에 의하여 더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의학정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력들이 의약품을 해석하고 평가해 근거를 만들고, 이 자료에 근거하여 마케팅이 임상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의 최종 수혜자는 환자다. 근거와 정보가 부족한 의약품은 앞으로 마케팅이 불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허가에서도 더 많은 임상자료를 요구하지만, 실제 급여/약가 신청 및 산정에도 마케팅의 요구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정부나 다른 payer를 설득하는데 의학적/과학적 근거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신약을 개발하여도 적절한 급여범위, 좋은 약가 산정이 되지 않으면 마케팅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의 경영진은 개발된 약을 계속 판매해야 할 지에 대한 결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서도, 개발한 신약에 대해 회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임상개발의 단계에서 이러한 상업적인 고려가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3. 연구개발조직(R&D organization)과 상업화 조직(Commercial organization) 만남의 필요성
상기와 같은 이유로 다국적 제약기업에서는 연구개발과 상업화 조직이 초기부터 많은 의사소통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즉 처음 Discovery 단계에서, 질환과 관련된 분자 표적을 찾는 부분에서 unmet medical need 및 marketing need가 있는 것인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분자 표적을 찾아도, unmet medical need를 충족하지 못하면 me-too 접근에 불과한 신약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혁신적 신약에 비하여 성공 가능성이 낮으므로,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임상개발의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과제가 사라지게 된다.
표적 질환에서도 최근 무조건 대상 환자가 많은 질환에서, 분자 표적과 임상적으로 연관성 또는 원인-결과 관계가 확실한 대상 환자를 표적으로 하는 희귀의약품 전략을 많이 구사하고 있다. 이 방법은 임상개발 및 허가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개발된 약물을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케팅의 입장에서도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위치에 빨리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후 추가적인 임상개발을 통하여 조금 더 큰 적응증으로 접근하면, 시장의 크기도 늘려갈 수 있으면서, 기존의 자료에 추가적인 자료로 근거중심의학을 이용한 마케팅에 보다 용이한 접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의 경향으로, 새로운 분자 표적과 관련된 질환에 대하여서도 초기 3개 물질에 들어가지 못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음도 과거에 비하여 달라지고 있는 시장의 현실이다.
따라서 Fast R&D Decision(Go/No-Go) reflected feedback from commercial team → Efficient clinical development with the preparation of health economic data and other supporting scientific data → Registration and endorsement of reimbursement → Product launch → Ongoing clinical development for new or expanded indications 전략이 회사가 바라는 방향이 되고 있다.
4. 앞으로의 과제
임상개발의 측면에서 마케팅의 의견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주의하여야 할 사항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시장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소수의 환자가 있는 unmet medical need가 경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조건 이윤이 많이 남는 분야의 임상개발만 고려된다는 점이다. 둘째, 임상개발에서 지켜져야 하는 품질과 윤리에 대한 문제들이 때로는 상업화의 관점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이다.
최근에 고혈압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들의 잇단 실패 및 다국적 제약기업의 개발 포기로 이 분야의 신약개발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그래서 다국적 제약기업은 개발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낮은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으로 연구개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존에 건강 위험 부담이 많은 흔한 질환에 대한 연구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는 더 혁신이 필요하며, 연구개발과 상업화 조직이 더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혁신적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요약
최근의 환경으로 인하여 다국적 제약기업내 연구개발이 매우 위축되고, 따라서 혁신적 신약의 개발이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업화 조직, 특히 마케팅과 임상개발 조직 간의 의사소통은 기업내의 건전한 소통과 의학적/과학적 지식의 교류 및 상업화 성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제약기업에서는 규모나 인력의 크기로 보아 다국적 제약기업과는 달리 이러한 의사소통이 더 원활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도 연구개발 조직과 상업화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다름에서 오는 사일로(silo)가 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려고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상호작용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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