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Licensing Story_이정규] 80조짜리 바이오벤처, 1인 회사에 기술이전을?

  • 2014.04.07
  • 705
Licensing Story
 
80조짜리 바이오벤처, 1인 회사에 기술이전을?
 
렉스바이오 이정규 대표

기술이전을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가 큰 규모의 회사와 계약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큰 회사 임상단계 신약후보물질을 작은 회사 (때로는 1인 회사 정도의 virtual biotech)가 기술이전하여 개발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얼마전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2년 2월 14일 대형 바이오텍회사인 바이오젠아이덱 (사실 우리 기준에서는 다국적제약회사 수준이다. 현재 시가총액이 750억불, 한화로 80조원이니)은 약 5억불 (정확히는 487.5백만불)에 직원 6명짜리 회사인 스트로메딕스 (Stromedix)와 인수계약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스트로메딕스는 인테그린의 일종인 αvβ6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섬유증 관련 질환치료제인 단일클론 항체 (STX-100)로 임상2상에 진입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재미있는 것은 스트로메딕스가 개발하고 있던 STX-100은 사실은 스트로메딕스가 바이오젠아이덱으로부터 실시권을 넘겨받은 신약후보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바이오젠아이덱의 연구담당 임원이었던 마이크 길만 (Mike Gilman) 박사는 본인의 회사를 하기 위해 2005년 회사를 그만 두고 2006년부터 아틀라스 벤처스 (Atlas  Venture)라는 벤처캐피탈에서 EIR[1](Entrepreneur-in-residence)로  일하게 된다. 평소 섬유증 (fibrosis)에 관심이 많았던 길만 박사는 제약회사나 벤처에서 하는 다양한 섬유증 관련 과제들을 검토 하던 중 최종적으로 본인이 다녔던 바이오젠아이덱의 항αvβ6 단일클론항체를 주목하게 되었다.
 
한편 바이오젠아이덱은 2004년 출시되어 거대품목으로 기대되던 Tysabri (natalizumab)이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2006년 3명의 환자가 JC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진행성 다초점 백색질 뇌증 (progressive multifocal leukoencephalopathy)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기존 진행과제들에 대한 우선순위 재설정 (우리로 치면 구조조정인데 우회적으로 re-prioritization process 라고 부른다) 과정 중에 항αvβ6 단일클론항체를 중단하는 결정에 이르게 된다.
 
길만박사는 바이오젠과 기술이전을 협의하는 동시에 아틀라스벤처스의 도움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2007년 3월 바로 $4.4백만불을 조달한다. 이어 5월에는 약간의 지분과 향후 사업화 시 경상기술료를 주는 조건으로 바이오젠아이덱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STX-100이라고 명명한다.  그후 추가적으로 $34백만불을 더 조달한다.
 
이후 곧 전임상을 완료하고 2008년 임상1상을 시작했다. 이어  2009년 신장이식 환자에서의 섬유증 방지약물로 임상2상을 하려 하지만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맞는 환자들에게서 STX-100이 면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FDA 우려로 인해 대상 질환을 특발성폐섬유증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으로 변경하고 이에 대한 바이오마커 연구를 시작한다. 2011년말 약효 확인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을 끝내고 임상2상을 준비하던 중 이 과제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바이오젠아이덱으로부터 회사 인수제안을 받고 2012년 2월에 회사 인수합병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스트로메딕스는 인수 직전까지도 전 직원이 6명 뿐이고 모든 전임상, 임상, 제품 생산 등을 외주를 통해 하는 가상회사 (virtual company)라는 점이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바이오젠아이덱은 바이오벤처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가 총액이 80조를 넘는 대형 바이오벤처이고, 아무리 우선순위에서 밀린 과제이지만 왜 그 당시 길만 박사 뿐인 설립도 안된 스트로메딕스에 왜 기술이전을 했을까? 그것도 초기 현금은 안 받고 약간의 지분과 향후 성공시의 경상기술료만 받기로 하고서 말이다.
 
첫째는 초기 임상 2상까지 이끌 팀의 우수성을 본 것이다. 길만 박사 뿐 아니고 몇몇 초기 창업멤버들이 이 분야에 매우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스트로메딕스는 이 품목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기에 매우 헌신된 회사라는 것이다. 많은 대형제약회사들이 일년이 멀다하고 re-prioritization 과정을 진행하면서 과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 빈번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빅파마 내부의 프로젝트 리더 (혹은 내부 후원자,  internal champion) 의 모티베이션이 약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회사를 다니는 분들은 잘 아는 비밀이지만, 특정과제의 강력한 후원자 혹은 추진자가 힘이 빠지면 그냥 표류하는 프로젝트들이 한둘이 아니다.
셋째는 초기부터 아틀라스 벤처스(Atlas Ventures)라는 투자가와 함께 회사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창업자는 지분은 좀 많이 줄어들지만, 든든한 우군을 만나게 된다. 또한 바이오젠 아이덱의 경우도 중간에 회사가 돈이 없어 과제가 멈추는 일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아틀라스 벤처스는 규모면에서는 9위권 정도이지만 이렇게 EIR과 협력적으로 회사를 공동창업하는 전문성 측면에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벤처캐피탈이다.

국내 제약사들 및 바이오벤처들이 기술이전 대상을 찾을 때 대부분 업프런트를 많이 줄 수 있는 대형제약사들, 혹시 업프런트가 작더라도 대형제약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국내 기술이전사례들을 다시 놓고 보면, 결과는 이런 판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초기 기술이전 대상은 거의 대형제약회사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권리를 다시 돌려주거나 과제 진행을 멈춘 경우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례의 기술이전 건이 발생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동아제약의 항생제를 가지고 간 Trius의 경우는 항생제에서 잔뼈가 굵은 Dr. Jeff Stein이라는 창업자가 프랑스계 벤처캐피탈인 소피노바벤처스(Sofinnova Ventures)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설립한 후 매우 성공적으로 허가까지 이끌었다. 또한 종근당의 비만치료제를 가지고 간 자프젠(Zafgen)도 전문적인 창업자 및 경영진이 미국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으면서 과제를 잘 진행시키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최종판단은 전문적인 몇명 혹은 한명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우수한 자원들이 미국에서는 미련없이 회사를 나와 바이오텍을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자체가 바이오벤처로 출발했기에 바이오젠아이덱는 스트로메딕스가 잘 진행되도록 오히려 초기현금을 전혀 받지 않고 지분을 약간 받는 방식으로 기술이전계약을 했다. 다만 향후 과제가 잘 될 경우 우선검토권 형태로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바이오젠 입장에서도 묵혀서 썩히느니 내보내서 추가로 더 진행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 듯, 기술이전도 좋은 회사 혹은 좋은 팀과 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른 조건은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그 좋은 사람 혹은 좋은 팀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다음에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 
 
 
[1] EIR은 미국 벤처캐피탈에 소속되어 일정 기간 회사창업을 위해 소속 벤처캐피탈과 협력하여 다양한 창업기회들을 검토하는 임시직이다. 일반적으로 급여는 아주 작거나 없는 경우도 있고, 산업계에서 꽤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 많다.  특정분야의 기회를 모색하여 소속 벤처캐피탈과 함께 회사를 설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속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가기도 한다. 만일 소속 벤처캐피탈이 EIR이 찾은 기회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다른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도 무방하다. 사실 회사와 EIR의 관계는 한지붕 두가족인데 잘되길 바라는 관계라고 보면된다. 과거 조선시대 유력가의 사랑채에 머물며 학문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