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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기고_유병선] 에버그린 전략에 대한 공격 또는 방어 수단으로서의 선택발명

  • 2015.02.02
  • 326
에버그린 전략에 대한 공격 또는 방어 수단으로서의 선택발명
 

금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유병선
 

1. 에버그린(Evergreen) 전략
 
에버그린(Evergreen) 전략은 신약을 개발한 오리지널 제약사가 시기를 조절한 여러 유형의 개량특허를 통해 특허의 독점기간을 실질적으로 연장하여 제네릭 약물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3월부터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이러한 오리지널 제약사의 에버그린 전략에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
 
에버그린 전략에 활용하는 개량특허에는 염화합물, 용매화합물, 결정형, 광학이성질체, 제형, 약물동력학적 데이터, 제법, 용도 등이 대표적이다.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제네릭 약물의 시장 진출을 지연시키기 위하여, 의약품의 제조과정에서부터 제형화, 약물이 체내에서 소화되고 대사되는 과정에서의 화학적 산물까지 모든 측면을 포함하는 개량특허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제네릭 개발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에버그린 전략은 미시적인 낮은 수준의 개량특허를 통해 실질적으로 오리지널 특허의 존속기간을 연장시켜 독점을 항구화하는 특허권 남용의 문제가 있다. 또, 사회적으로 볼때도 부실특허로 인해 사회적 비용(건강보험 및 환자가 부담하는 약가 부담)이 올라가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곧 시행될 허가특허연계제도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신약을 개발한 오리지널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투자금의 회수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에버그린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2. 에버그린 전략에 대한 대응과 문제점
 
최근 특허청은 올해부터 ‘의약품 분야 소멸특허 공공이용 확산 지원 사업’을 통해 에버그린 전략에 대응하기 힘들었던 중소 제약사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원천특허가 소멸된 신약 1개당 후속특허가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허 전문가가 아니면 오리지널 제약사의 에버그린 전략에 대응하기 힘든데, 특허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후발 제약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존속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후속특허에 초점을 맞춘 컨설팅 지원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제약사의 주장처럼, 특허법이 정한 특허요건을 실질적으로 만족하는 개량발명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사실 개량특허를 포함한 모든 특허는 특허청의 심사단계에서 신규성, 진보성의 일반적인 특허요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특허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량특허가 제네릭 업체에게 장벽이 된다고 해도 그러한 개량특허의 행사 자체는 특허법상 정당한 권리라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하다.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특허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부실특허가 심사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특허되고, 적극적으로 권리가 행사된다는 점이다. 보다 근복적으로는 출원인의 관점만 반영된 페이퍼로 심사가 진행되고, 심사과정에서도 출원인의 일방적인 의견만 제출되는 상황에서 심사관 혼자 부실특허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허가특허연계제도를 통해 이러한 부실특허의 남용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한 입법안이 발의되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최종적으로 어떠한 모습을 갖추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 도입은 제네릭사에 동기를 부여하여 부실특허에 대한 무효소송을 활성화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소송의 남발과 함께 또 다른 독점권(더욱이 특허법에 근거하지도 않은 독점권)의 부여로 사회 전체로 보면 여전히 독점기간이 연장되어 사회가 부담할 비용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또, 논란이 됐던 부당이득 환수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부여된 특허에 대한 다른 형태의 제한으로, 특허법이나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고 다른 특허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3. 에버그린 전략과 선택발명
 
오리지널 특허의 후속 개량특허에 대해 특허성을 주장하는 논리 중의 하나가 선택발명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발명의 특허요건 인정에 대한 우리법원의 태도를 잘 파악하면 입장에 따라 에버그린 전략에 대한 공격 수단 또는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특허법원 및 대법원 판례를 통해 나타난 선택발명의 특허요건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입장을 살펴보겠다.
 
가. 선택발명
선택발명이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건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을 구성요건 중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발명’을 말하며, 형식적으로는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개시된 발명 중 하나를 선택한 것에 불과하여 신규성이 없거나 선행발명과의 사이에 중복특허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특허받을 수 없는 것이나, 상위개념인 선행발명이 특별히 인식하지 못한 우수한 효과를 가진 하위개념으로 이루어진 발명에 관하여 예외적으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법원 2008.1.18. 선고 2006허6303,8330 판결, 특허법원 2005.11.3. 선고 2004허6521 판결 등)
 
나. 선택발명의 특허요건
선택발명은, 첫째 선행발명이 선택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지 않고 있으면서(선택발명의 신규성 요건), 둘째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가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선택발명의 진보성 요건).(대법원 2003.4.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대법원 2003.10.10. 선고 2002후2846 판결, 대법원 2006.11.24. 선고 2003후2089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338 판결, 특허법원 2008.1.18.선고 2006허6303,8330 판결 등).
이는 선택발명이 본질적으로는 선행발명에 대한 중복발명에 해당하여 특허받을 수 없는 것임에도 상위개념인 선행발명이 특별히 인식하지 못한 우수한 효과를 가진 하위개념으로 이루어진 발명에 관하여 예외적으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기 위한 효과의 현저성 기준은 일반적인 발명에 비하여 매우 엄격하여야 하고, 선행발명에 나타난 모든 실시예의 경우보다 선택발명의 실시예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 요구된다 (특허법원 2005.11.3. 선고 2004허6521 판결).
 
다. 선택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
선택발명은 선행발명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특별하고도 현저한 효과를 발견한 것에 특허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출원시에 '특별하고도 현저한 효과'를 인식하였어야 발명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특별하고도 현저한 효과'는 선택발명의 명세서 자체만으로 알 수 있어야 발명자가 선택발명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발명을 완성하였는지 여부와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를 통하여 선택발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특허법원 2008.1.18. 선고 2006허6303,8330 판결).
 
라. 최근 판례 및 선택발명 법리의 적용 경향
(1) 대법원 2014.5.16. 선고 2012후3664 판결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비교대상발명에 개시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의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 효과’에 포함되는 하위개념인 ‘텔미사르탄의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효과’를 그 발명의 일부로 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은 비교대상발명과의 관계에서 선택발명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 출원발명의 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시험관 내 실험결과 텔미사르탄이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에 속하는 다른 화합물들 중 일부에 불과한 로사르탄 및 이르베사르탄에 비해 높은 강도로 퍼옥시좀 증식 활성화 수용체 감마 조절 유전자의 전사를 유도한다는 점이 나타나 있을 뿐, 나아가 텔미사르탄이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라는 의약용도와 관련하여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에 속하는 화합물 일반과 비교하여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재는 없고, 달리 이 점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라는 의약용도와 관련하여 비교대상발명과의 관계에서 선택발명에 해당하면서도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고 이 부분은 비교대상발명에 의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된다.」
 
(2) 대법원 2012. 8. 23.선고 2010후3424 판결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 중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효과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기재가 있어야 한다.」
 
(3) 대법원 2011. 9. 8.선고2010후3554 판결
「의약화합물 분야에서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과 결정 형태만을 달리하는 특정 결정형의 화합물을 특허청구범위로 하는 이른바 결정형 발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이때 결정형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과의 비교실험자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어야만 진보성 판단에 고려될 수 있다.」
 
(4)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후4998 판결
「특허 등록된 발명이 그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이 가지는 구성요소의 범위를 수치로써 한정하여 표현한 경우에 있어, 그 특허발명의 과제 및 효과가 공지된 발명의 연장선상에 있고 수치한정의 유무에서만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한정된 수치범위 내외에서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특허발명은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통상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하여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수치한정에 불과하여 진보성이 부정된다.」
 
위의 최근 대법원 판례들은, 선택발명의 특허성 인정에 있어서 그동안 정립되어 온 선택발명의 법리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선택발명에 관한 법리를 유사한 사례에 확장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 결어
 
에버그린 전략은 오리지널 제약사나 제네릭 개발사 모두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아직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어떻게 운영될지 확정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에버그린 전략에 따른 후속특허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권리남용 사이에서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어떻게 균형있게 도입할지 입법기관의 고민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실특허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심사 단계에서의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같이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특허요건을 갖춘 개량특허에 대한 권리부여나 권리행사가 제한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택발명의 특허요건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후속특허에 대한 무효소송에서 많이 논의되는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에버그린 전략을 수성해야 하는 오리지널 제약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방어 수단으로서 권리화 단계부터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반대로 에버그린 전략을 무너뜨려야 하는 제네릭 개발사 입장에서는 중요 공격 수단으로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선택발명에 관한 법리가 유사한 사례에 확장 적용되는 경향으로 볼 때 앞으로 에버그린 전략의 공격과 방어에서 선택발명의 법리가 갖는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