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이성질체의 특허 요건
유정민. 변리사, 특허법인 다나
I. 광학이성체의 중요성
광학이성질체는 같은 원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같은 물질로 보이지만, 3차원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입체 이성질체 중 완전히 거울상인 물질을 말한다. 왼손, 오른손 광학 이성질체(거울상 이성질체)가 같은 양으로 혼합되어 있는 물질은 라세미체(racemate)라고 부른다. 이 라세미체로부터 각각의 광학 이성질체를 분리(resolution)하는 경우, 분리된 광학이성질체가 라세미체보다 의약적 효능이 우수한 것이 많이 발견되어 광학이성질체의 개발은 제약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광학이성질체는 공지된 화합물 그룹에서 “선택”되는 것이므로, 특허 측면에서는 선택발명에 속한다. 따라서 광학이성질체는 선택발명의 특허요건을 만족해야 특허성을 확보할 수 있다.
II. 선택발명인 광학이성질체의 특허 요건
1. 신규성 및 진보성 요건
선택발명 역시 신규성 및 진보성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선행발명이 선택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고 있지 않으면서(신규성 요건),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진보성 요건)에 한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
2. 명세서 기재 요건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면 충분하고, 그 효과의 현저함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 실험자료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워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이유가 통지된 때에는, 출원인이 비교 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할 수 있다.
III. 구체 사례
▶ 대법원 2009.10.15. 선고 2008후 736, 743(병합)
특허출원 제1988-0009969 호
발명 내용
[발명의 명칭]
메틸 α-5(4,5,6,7-테트라하이드로(3,2-C)티에노 피리딜)(2-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의 우선성 광학이성체, 그 제법 및 그의 약제학적 조성물
[청구항 1]
메틸 α-5(4,5,6,7-테트라하이드로(3,2-C)티에노 피리딜)(2-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의 우선성 광학이성체 및 약제학적으로 허용되는 그의 염.
[청구항 3]
메틸 α-5(4,5,6,7-테트라하이드로(3,2-C)티에노피리딜)(2-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의 우선성 광학이성체의 황산염.
? 이 사건 특허발명의 클로피도그렐 구조
? 비교대상발명 1: 클로피도그렐을 포함하는 라세미체 조성물이 개시됨
? 주요 쟁점
이 사건 특허발명의 클로피도그렐이 비교대상발명에 개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신규성 요건)와, 이 사건 특허발명의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비교대상발명으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지(진보성 요건)가 문제된 사안
? 판결 내용
(신규성 판단 기준)
선택발명의 신규성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선행발명이 선택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고 있어야 하고(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후2375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338 판결 등 참조), 이에는 선행발명을 기재한 선행문헌에 선택발명에 대한 문언적인 기재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도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문헌의 기재 내용과 출원시의 기술 상식에 기초하여 선행문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선택발명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신규성 사안의 적용)
신규성 부정
비교대상발명 1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서는 그 발명의 대상에 대하여, “메틸-α-(4,5,6,7-테트라하이드로 티에노(3,2-C)-5-피리딜)-o-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 “이들 화합물은 한 개의 비대칭탄소(asymmetrical carbon)를 가지므로, 두 개의 광학이성질체(enantiomer)로 존재한다. 본 발명은 각각의 에난티오머 둘 다와, 그들의 혼합물에 대한 것이다”라고 기재하고 있는바, 비교대상발명 1의 발명의 대상인 “메틸-α-(4,5,6,7-테트라하이드로 티에노(3,2-C)-5-피리딘)-o-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는, 치환기의 명명 순서의 차이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를 뿐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의 “메틸α-5(4,5,6,7-테트라하이드로(3,2-C)티에노 피리딜)(2-클로로페닐)-아세테이트”와 같은 물질이다. 그리고 비교대상발명 1에 기재된 “각각의 에난티오머”는 ‘우선성 광학이성질체’와 ‘좌선성 광학이성질체’를, 그들의 혼합물은 ‘라세미체’를 각 말하는 것이어서, 비교대상발명 1은 위 화합물의 우선성 광학이성질체와 좌선성 광학이성질체 및 라세미체 세 가지 모두를 발명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비교대상발명 1에는 위 화합물의 우선성 광학이성질체인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클로피도그렐이 개시되어 있다.
비교대상발명 1에 클로피도그렐이 개시되어 있고, 통상의 기술자가 라세미체와 이를 이루는 우선성 광학이성질체 및 좌선성 광학이성질체를 별도의 화합물로 인식하고 있었던 이상, 라세미체로부터 우선성 광학이성질체를 분리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이 아닌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신규성을 부정하기 위하여 원고
1)의 상고이유에서의 주장과 같이 비교대상발명 1에 이에 대한 분리방법 내지 분리가능성이 개시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보성 판단 기준)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 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며(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33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효과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기재가 있어야 한다.
(진보성 사안의 적용)
진보성 부정
비교대상발명 1에 구체적으로 개시된 위 화합물의 라세미체염산염과 비교하더라도 혈소판 응집작용억제와 혈전억제라는 약리효과에서 약 2배정도, 급성독성실험 효과에서 약 1.6배 정도 우수하기는 하나, 약물의 수용체에 대한 입체 특이성 때문에 어느 특정 광학이성질체가 라세미체 또는 나머지 광학이성질체에 대하여 우수한 약리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어서, 우선성 광학이성질체와 좌선성 광학이성질체가 같은 양으로 혼합되어 있는 라세미체와 약리활성을 가지는 그 광학이성질체를 동일한 양으로 투여하여 실험하면 광학이성질체의 약리효과가 라세미체에 비하여 2배 정도 우수하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며, 급성독성실험은 의약 물질의 개발초기단계에서 행하여지는 실험으로 의약품으로 사용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데에 의미가 있을 뿐이어서, 이와 같은 차이만으로는 이 사건 제3항 발명의 클로피도그렐 황산수소염이 비교대상발명 1의 위 화합물의 라세미체 염산염에 비하여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시사점
상기 판결은, 특정 광학이성질체의 신규성을 부정하기 위하여 비교대상발명에 이의 분리방법 내지 분리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한편 선택발명인 광학이성질체가 진보성을 인정받으려면,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기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특정 광학이성질체의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라세미체 또는 다른 광학이성질체와 비교한 질적인 차이 또는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IV. 결론
이번 호에서는 선택발명에 해당하는 광학이성질체의 특허 요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판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광학이성질체의 특허성 인정 요건이 엄격함을 알 수 있다.
광학이성질체 관련 특허를 준비할 때에는, 준비중인 광학이성질체가 선행기술에 광학이성질체가 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 광학이성질체의 효과가 선행기술과 비교하여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정량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
1) 원고는 특허권자인 사노피-아벤티스사(Sanofi-Aventis)이고 비교대상발명에 이 사건 특허발명인 클로로피도그렐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신규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과 출원시의 기술 상식에 기초하여 우선성 광학이성질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규성을 부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