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전문가 기고_송상옥] AI Pharma 동향

  •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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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Pharma 동향

 

송상옥 (주)스탠다임 이사(COO)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데 꽤 쓸 만한 약이 나오기까지는 과학과 우연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른다. 이는 곧 돈과 시간의 관점에서 매우 값비싼 과정이기 때문에 약에 도달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의 탐색은 제약 산업이 생긴 이래로 끊임없는 화두이다. 사람이 왜 병이 나는지와 약이 될 만한 물질들이 사람의 몸과 만나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앎의 수준은 너무 고도하고 복잡하다. 몸과 약을 구성하는 분자 수준의 성분들과 그들 사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의 경우의 수를 헤아리기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간 내에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딥러닝을 필두로 최신 인공지능 기술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과 유사한 또는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알파고의 예만 보더라도 학습할 수 있는 적절한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인간에게 충분히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문제들을 훨씬 똑똑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알파고가 아니더라도 딥러닝의 능력을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물들은 의료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어느 분야건 돈이 되고 사업이 되는 기업의 전략적 판단의 요소가 되고 있다.

 

제약 산업 부문에서도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은 눈에 띄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특히 GSK, AstraZeneca, Sanofi 등의 대형 제약회사들은 Excientia, Numerate, Berg 등의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바이오텍들(이하 AI pharma)과 상당한 규모의 마일스톤 계약들을 만들어내면서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Nature Biotechnology 저널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발 빠르게 이슈화하여 “AI-powered drug discovery captures pharma interest”라는 특집 기사를 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AI Pharma innovation summit 과 같은 AI pharma들과 전통 제약회사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들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잇따라 생겨나면서 제약 산업에서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표 1: AI Pharma 협력 사례

자료 : VOLUME 35 NUMBER 7 JULY 2017 NATURE BIOTECHNOLOGY

 

 

㈜스탠다임 소개
스탠다임은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라는 타이틀로 2015년 창업 이래 국내 AI Pharma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여러 수준의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약이 될 수 있는 화합물을 예측하고 그 메커니즘 후보들을 제시한다. 약물 개발 전체 과정에서 디스커버리 과정을 다루고 있고, 그 중에서도 현재 약물 용도 변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예측하여 파트너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랩 실험으로 검증해 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 딥러닝 알고리즘에 기반한 타겟 바인딩 예측 모델을 통해 새로운 단백질 타겟 발굴과 신약 개발의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디스커버리 영역 이외에도 실제 대형 종합병원(아주대학병원)의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국내 3곳의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통해 인공지능 예측 결과를 검증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는 암 질병에 대해 용도 변경 및 새로운 타겟 정보 협력을 통해 유효성 검증을 거치고, 도출된 후보의 lead optimization을 수행 중이다. 국내 연구기관 2곳 (아주대 약대, KIST) 과는 각각 파킨슨, 자폐증에 대한 동물 모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파킨슨의 경우 제시된 용도 변경 후보물질이 세포실험에서 효과를 보여 동물실험 검증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자체 파이프라인으로서 실험을 담당하는 전문 외주 협력을 통해 비 알콜성 지방간 (NASH/NAFLD) 약물 검증 중에 있으며, 몇 가지 후보 물질들이 in-vitro 모델에서 효과를 보여 동물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에 의한 질병군에 적용 가능한 약물 후보들을 도출하여 실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면역관련 질병에도 후보군을 도출하여 자체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 제약사와 협력 논의 후 실무 차원에서 문제를 디자인 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추구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진다. 하나는 기존의 생물정보학, 계산 생물학/화학의 문제의식 및 성과는 받아들이고 알고리즘 성능 개선이 두드러짐을 보이는 최신 딥러닝을 포함한 기계학습 기술을 신약 연구에 적용한다. 둘째는 기본적으로 블랙박스인 (즉 결과 예측에 대한 과정 해석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기계학습 모델을 보완하여 해석 가능한 생물학적 메커니즘 해석을 제시하는 형태를 지향한다. 이러한 실용적인 방향성을 포괄하여 Artificial Applicable Intelligence (AAI)라고 용어를 정의한다.  검증 관점에서 재정의 하자면, 스탠다임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는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AAI가 지향하는 주제를 가지고 스탠다임은 위에 언급한 AI Pharma 관련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발표를 하며 선도적인 글로벌 AI Pharma들과 교류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세계적인 신약개발 네트워크 미팅으로 알려진 Bio Europe 2017에서 차세대 기술을 가진 회사로 선정되어 회사 소개를 비롯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약물 용도변경 및 타겟 바인딩 예측 플랫폼인 Standigm Expander와 Standigm Hunter를 공개하였다. Expander는 고객사 내부의 물질 정보를 통해 약물의 용도를 확장해주는 인공지능 모델이며, Hunter는 고객사가 관심있는 특정 질병 영역의 약물 후보들을 예측해주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약 20여개의 글로발 제약회사들과 일대일 미팅을 가지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향후 파트너쉽을 논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제언
기존 제약회사들의 인공지능 대한 이해와 가능성의 문들이 조금씩 열리고 있고 타분야에서의 성과들이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지만, 제약분야에서는 아직 검증이 덜된 다소 과대평가된 기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공지능이 예측한 결과가 최종 약으로 증명되기까지 물리적인 검증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의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으나, 여기에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오해와 제약 산업 특수성이 맞물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분야가 지나친 기대감에 대한 실망으로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후반 AI winter라 불리는 두 번의 침체기를 경험했듯, 제약산업도 1980년대 CADD (Computer Aided Drug Discovery)와 2000년대 Systems Biology라는 두 차례의 실망스러운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CADD와 Systems Biology는 독자적인 학문 및 기술 영역으로 현재도 진보하고 있으며 신약개발과 생물학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으나, 신약개발을 혁신하겠다는 애초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였다. 당시 새로운 기술을 앞세운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투자금이 몰리고, 몇몇 회사들은 제약회사들에게 인수되기도 하였으나 빛을 발하지는 못하였다.  인공지능의 겨울이 그러했듯이 CADD와 Systems Biology의 실망감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나친 광고와 기대감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지나친 기대감을 키우는 공신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맹신 또는 오해를 하는 부류이거나, 기술의 인기도에 편승하려는 비도덕적인 부류들이다. 특히 해당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가 없이  무책임하게 설계되는 정부의 기획과제들은 근거 없는 기대감과 그에 따른 실망감만 뒤따를 것이다.

 

제약산업에 성공적인 인공지능 적용을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실험으로서 검증될 수 있는 문제를 구성하고, 도메인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설계가 중요하다. 이는 스탠다임이 AAI, 즉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실용적인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이유이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신약개발 연구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며, 신약개발이란 분야가 빅데이터만 잘 모아서 인공지능을 학습 시킨다고 약이 튀어나오는 분야도 아니다. 인공지능 모델은 데이터와 고도의 전문 지식이 잘 융합되여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다임은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소프트웨어를 파는 IT업체가 아니다. 똑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는 신약연구를 위한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약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이다. 어쩌면 신약개발을 위한 인공지능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에 갇혀있는 비트들이 아니라 정부, 신약개발 연구원, 인공지능 개발자, 의사, 환자 등 에코시스템의 각 축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머릿속에 있는 가능성과 믿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