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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오가노이드 기반 비임상 평가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준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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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기반 비임상 평가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

 

I. 서론: 인체를 예측하지 못하는 비임상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1. 열 개 중 아홉 개가 실패한다

신약을 개발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숫자가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보물질 열 개 가운데 아홉 개는 결국 환자에게 닿지 못하고 사라진다.1,2 더 뼈아픈 것은 그 실패가 대부분 개발의 마지막 단계, 이미 수백억 원의 비용과 여러 해가 들어간 뒤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초기에 접었다면 손실이 크지 않았을 일이, 임상 후기에 무너지면서 회사 전체를 흔든다.

왜 실패하는지 원인을 따져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모인다. 사람에게서 약효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거나.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비임상 단계에서 그토록 많은 시험을 하고,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동물시험도 빠짐없이 마쳤는데, 왜 그 결과가 사람에게서 뒤집히는가.

이 실패는 한 후보물질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신약 하나를 승인까지 끌고 가는 데 십 수 년이 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회사가 가진 자원으로 몇 번의 시도를 해 볼 수 있는지, 그 시도 하나하나의 성공 확률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가 곧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후보물질을 더 높은 확률로 검증해 내는 회사가 앞서 나간다. 비임상 평가의 예측력은 실험 품질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생존과 순위를 가르는 문제다.

만약 문제가 데이터의 양이었다면 진작에 해결됐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우리가 쌓아 온 비임상 데이터의 상당수가 애초에 사람을 설명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비임상 평가가 사람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를 짚고, 그 빈틈을 메우는 방법으로 오가노이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가노이드가 왜 이제 한번 써 볼 만한 신기술이 아니라 갖춰야 할 기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지, 나아가 이 기준을 먼저 갖춘 회사와 미룬 회사의 격차가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살펴본다.

2. 사람을 설명하지 못하는 비임상 데이터

 

지금까지 비임상 평가는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동물에서 나온 결과가 사람에서도 비슷하게 나오리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배양접시 속 세포의 반응이 실제 조직의 반응을 대신하리라는 믿음이다. 문제는 두 가지 방법론이 모두 생각보다 자주 어긋난다는 데 있다.

종이 다르면 약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면역 반응이 다르며, 약이 달라붙는 표적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부작용은 동물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사람에게서 비로소 나타난다. 간 손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뇨병 치료제 트로글리타존(Troglitazone)은 비임상 동물시험과 승인 전 임상시험에서 사람에서 나타난 치명적인 간독성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으며, 시판 후 급성 간부전과 사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2000년 시장에서 철수했다.3,4 이처럼 적지 않은 후보물질이 동물에서는 간에 이상이 없다가 임상이나 시판 이후에 간독성으로 발목을 잡히는데, 이는 실험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간을 사람의 간으로 시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한계다.

배양접시에서 키운 세포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루기 쉽고 결과도 일정하게 나오지만, 실제 조직이 가진 입체 구조와 세포들 사이의 상호작용, 물질이 오가는 방식을 거의 담지 못한다. 잘 정돈된 신호를 얻더라도, 그 신호가 사람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얼마나 대변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런 어긋남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면역항암제가 대표적이다. PD-1, PD-L1, CTLA-4겨냥한 항체는 사람의 면역계와 종양이 얽혀 작동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해, 사람 면역유전자를 이식한 인간화 생쥐로도 그 반응을 온전히 재현하기 어렵다.5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나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한 최신 유전자·세포치료는 사람 특이적 표적과 종에 따라 달라지는 전달·면역·유전체 반응 때문에 단일 동물모델만으로 사람의 효능과 안전성을 예측하기 어렵다.6-8 신약의 무게중심이 이런 복잡한 치료법으로 옮겨 갈수록 동물과 세포에 의존하는 평가의 한계는 더 크게 드러나고, 앞선 치료법을 개발하는 회사일수록 인체 반응을 제대로 반영하는 평가 도구가 절실해진다.

비임상 평가의 예측력 문제는 한 가지로 모인다. 데이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인체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이터가 부족했다. 신약개발이 한 단계 나아가려면 바로 이 인체와의 연결성을 비임상 단계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일부 연구자의 주장을 넘어, 규제기관이 쓰는 언어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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