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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_지동현] COVID-19 치료제 임상시험 현황과 임상개발 전략

  •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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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치료제 임상시험 현황과 임상개발 전략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대표 지동현

 

COVID 치료제 확보를 위한 각국의 노력

지난 6월 16일 영국정부는 “세계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가 영국에서 허가되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영국의 보건장관인 매트행콕은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시험인 RECOVERY의 결과를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이야기하면서, 입원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시킨 덱사메타존을 영국 NHS 산하 전 병원에서 산소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영국의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이하 COVID) 입원환자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4월 29일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가 주관한 렘데시비르 3상 임상시험(ACTT-1)의 긍정적 결과가 발표되었고, 동시에 길리어드사가 직접 수행한 중증 COVID 환자에서의 렘데시비르  397명 임상시험(SIMPLE Part A) 예비 결과가 임상시험 종료 후 이틀만에 발표되었다. 공교로운 것은 Capital Medical University가 주도한 렘데시비르 중국 임상시험이 목표 환자수를 채우지 않고 조기 종료되였는데 이 임상시험 결과가 Lancet에 정식 발표된 날도 바로 4월 29일 이었다. 렘데시비르가 대조군에 비해 효과가 없었다는 이 임상시험의 결과 보고서가, 4월 27일 WHO 웹에 검토 없이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후 이틀 후였다. 길리어드는 올해 2월 초 렘데시비르의 COVID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4월 27일이 임상시험 종료일이 될 것 임을 이미 고지하였다.

이러한 우연한 사건들 뒤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겠으나, 아무튼 미국 NIAID와 길리어드사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에 근거하여 미국 정부는 5월 1일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을 승인(EUA) 하였고, 일본 아베 정부도 이례적으로 3일만에 특례심사를 마치고 5월 8일 일본 환자에서의 사용을 허가하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바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는 COVID 치료제(항바이러스제 포함)와 백신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그 공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에, 주요 정부들은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 주도권 뿐 아니라, 허가와 물량 확보를 통한 자국민 사용의 우선권을 차지하고자 매우 예민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 뒤에는 복잡한 정치경제적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렘데시비르 이외에 흡입용 산화질소, 악템라, 칼레트라, 아비간, 안지오텐신 II 등이 미국 외에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각각 긴급사용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지난 6월 1일 길리어드사는 SIMPLE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 5일 요법이 중증 COVID의 임상적 회복 및 사망률을 개선시켰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방역당국과 식약처의 유례없는 신속심사를 거쳐 6월 3일 렘데시비르의 특례수입을 결정하고 7월 1일부터 환자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COVID 치료제 임상시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연구자와 제약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속도로, COVID 치료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치료제들의 임상시험을 개시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들은 주도하는 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COVID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거나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의 효과와 안전성을 신속히 검증하여 효과가 있는 약을 COVID 환자 치료에 즉시 투입하고자 국민 보건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WHO, 정부, 연구소, 병원 등이 단독 혹은 연합으로 주도하는 임상시험이고, 다른 하나는 COVID 적응증 허가를 목표로 제약바이오 기업이 직접 주도하는 임상시험이다.

WHO가 주관하고 100여개 국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렘데시비르, 칼레트라를 포함한 네가지 치료를 대상으로 한 Solidarity 임상시험이 전자를 대표한다. 영국의 덱사메타존 RECOVERY 임상시험, NIAID의 ACTT, 중국의 Capital Medical University가 주도한 중국 렘데시비르 시험도 전자에 속한다. 이러한 임상시험의 특징은 우선 그 규모가 천명 이상 몇 천명까지 매우 크고, 원한다면 코어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같은 임상시험을 단독시험으로 추가하여 얹을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Solidarity 시험의 캐나다 arm, 노르웨이 arm, 프랑스의 INSERM 시험들이 그 예이다. 또한 서로 다른 약의 단일요법, 그들 간의 병용요법 등을 다양하게 시험하기 위하여 적응적(adaptive) 설계를 채택하여, 임상시험 중간에 미리 정해 놓은 중간분석 계획에 따라, 효과가 없는 치료 arm을 중단하게 하거나,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 arm을 가지고 연속해서 다음단계의 임상으로 단절 없이 진행하는 seamless 디자인, 모집 환자수의 변경 등을 가능하게 한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보건 목적의 임상시험들은 애초에 허가의 목적으로 계획되는 임상시험이 아니고 지원할 수 있는 재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운영이나 품질관리 기준 및 효율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과 같을 수가 없다. Solidarity 시험 처럼 임상시험 프로토콜,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도구와 데이터 관리, 독립적 자료분석위원회 만을 중앙에서 지원하고 동의과정, 모니터링 등의 GCP 준수, 프로토콜 준수 등 데이터 품질 관리에 관하여서는 각 병원(site)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에, 제약사 주도 COVID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경우, 비록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약개발국에서 바이러스감염 동물모델 등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규제조건이 일부 완화되긴 하였으나, 시판허가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 임상시험 규제조건들을 충족해야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고, 임상시험의 데이터 품질 또한 높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존재하는 동안 완료하여야 하는 제한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속한 임상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지역전략과 유연한 디자인, 환자가 많고 임상시험 역량이 우수한 사이트를 확보하고, 연구자를 비롯한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프로토콜과 GCP 요구사항 등을 잘 교육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COVID 임상시험 글로벌 현황

글로벌 COVID 임상시험 현황과 전략을 보기 위해 Global Coronavirus COVID-19 Clinical Trial Tracker가 제공하는 전세계 임상시험 정보를 일차 분석해 보았다. 2020년 7월 18일 기준으로 1725개의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이들이 목표로 하는 모집 피험자 수의 합은 약 865,000명이다. 이 tracker는 미국 NIH 레지스트리인 clinicaltrials.gov를 포함 각국의 프라이머리 임상시험등록 레지스트리 중 어떤 것에라도 등록된 임상시험의 정보를 제공하는 tracker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프라이머리 레지스트리는 CRIS이며, 각 임상시험은 중복등록이 가능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68개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365개로 2위를, 그 뒤를 이란, 스페인,프랑스가 100개 이상의 임상시험으로 5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1개로 그리스와 공동 27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임상시험에서 백신 임상시험을 제외하고, 또한 종료되었거나 정지된 임상시험, 아직 피험자를 모으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 임상시험들을 제외하면, 현재 피험자를 모집하는 치료제 임상시험은 936개(항바이러스제 포함) 이며, 총 모집자 수는 약 42만 5천명이다. 이중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이 약 600개로 가장 많고, 그 중 중환자실(ICU)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약 120개이다. 대부분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 접촉자나 병원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약 60개 이다. 회복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16개로 나타난다.

치료제 종류별로 보면 렘데시비르를 포함한 항바이러스제가 202개의 임상시험에서 약 11,000명을 모집하고 있다. 항체의약품은 82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모집인원 정보가 있는 것의 합이 약 4만 9000명으로 가장 많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플라즈마기반 치료제로 약 2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통중국의약품(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 약 15,000명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단일 의약품으로는 Azithromycin이 약 13,000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sarilumab은 6개의 임상시험에서 약 3,500명의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COVID 임상시험과 환자 모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설사 어느 병원에 입원 환자가 많이 있다하더라도, 접촉자를 스크린하고, 밀려드는 중환자를 관리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의료 인력을 여러 복잡한 프로세스와 문서작업이 요구되는 임상시험에 투입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자명하고, 환자발생이 우리나라처럼 안정기에 들어선 나라에서는 현재 환자가 없거나, 지금은 있다고 해도 임상시험 기간 환자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가 남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체 확진자에서 격리해제자와 사망자를 빼면 현재 800여명 밖에 남아있지 않고, 그 중에서도 중등도나 중증의 환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된 중국에서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이 목표했던 453명을 채우지 못하고 236명으로 조기종료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참여하고 있는 여러 COVID 치료제 임상시험의 등록율도 극히 저조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COVID 치료제 개발전략

   이러한 치열한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회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현재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6개 (Biomedtracker기준)의 COVID 치료제와 영국에서 COVID 치료제로 허가 받은 덱사메타존 모두 repurposing 혹은 redirecting 된 약물이다. 신약은 임상시험에 진입하기까지 빨라도 3-4년이 걸린다. 항체 의약품의 경우는 항체 개발과 생산과정 때문에 이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시판용으로 혹은 임상시험용으로라도 바로 생산할 수 있는 준비된 약이 존재하고, 안전성이나 용량 범위 등 어느 정도의 임상 데이터가 존재하는 약물에서 출발하는 repurposing이나 redirecting이, 현재와 같은 응급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접근법일 것이다. 그러나 repurposing이라 하더라도 현재 허가 사항에서, 투여용량이나 투여경로 등을 바꾸어 개발하고자 한다면,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추가 유효성 안전성 데이터를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지연될 것이다.

리제네론과 사노피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항체치료제 Sarilumab의 예를 들면 양사는 각각 400명을 목표로 하는 phase 2/3와 phase 3 COVID 입원 환자에서의 임상시험을 승인을 올 3월에 동시에 받았다. 리제네론이 주도하는 2/3상 임상시험은 65개의 미국 소재 병원에서 현재 환자를 모집 중이며, 미국 외의 사이트는 하나도 없다. 6월 7일 자로 목표 환자 수를 2,500명으로 늘린 것을 보니 환자 모집이 매우 빠른 것 같다. 사노피는 미국을 포함하지 않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남미, 일본, 러시아에서 3상 임상시험을 위해 47개의 병원을 모집하였으나, 아직 환자를 모집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리제네론은 미국회사로 아직 글로벌 회사가 아니고 다국가 임상시험을 통한 글로벌 개발 경험도 제한적이다. 반면 사노피는 프랑스 회사로서 전세계에 지사를 가지고 있으며, 유럽지분이 크고 글로벌 임상개발 경험이 풍부하다. 즉 각각 다른 임상시험 역량과 지역기반을 가지고 그 역할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제네론은 미국내 2/3상 임상으로 빨리 미국내 사용허가를 받기 위해 우선 2/3 상을 진행하다가, 3상 진행이 여의치 않게 되거나, 2상의 중간 분석 결과가 추가적인 3상 시험의 필요성을 보이거나, 글로벌 개발의 개시에 긍정적인 경우, 팬데믹이 끝나기 전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즉시 시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도 2상 임상시험은 대부분 미국 혹은 유럽에서 신속히 진행한 후 3상은 글로벌 개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항체치료제인 노바티스의 Canakinumab과 일라이 릴리의 Baricitinib 은 미국, 서유럽, 남미, 러시아 등지에서 방대한 수의 사이트를 확보해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모두 시작 3개월 이내에 환자 모집을 끝낼 예정으로 되어 있다.

아주 새로운 적응적 임상시험 설계도 보인다. Velocisuite 이라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늘 우수한 항체 의약품을 놀랄 만큼 빨리 만들어 내는 리제네론은 이번에도 새로운 Anti-Spike SARS-CoV-2 항체인 REGN10933와 REGN10987의 병용요법을 개발하고 있다. 리제네론은 1,860명의 입원환자와 1,054명의 외래환자에서 두 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6월에 시작한 두 임상시험은 각각 내년 1월말과 올해 11월 말에 환자모집을 마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리제네론은 이 두 적응증을 각각 한 개의 seamless 임상시험(phase 1/2/3)으로 허가 받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제네론은 이 두 임상시험 역시 미국에서만 환자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자원과 임상시험 역량이 제한적인 바이오텍들이 하고 있는 임상시험은 대부분이 수십명에서 200명 내외의 2상 임상시험이고, 미국 바이오텍은 미국에서, 유럽 바이오텍은 유럽에서만 환자를 모으고 있다. 유럽에서 2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바이오텍들은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작은 수의 병원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바이오텍들의 개발 계획과 임상시험의 시간표는 제약사에 비해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디자인이나 접근법, 타임라인을 보면 이번 팬데믹 중에 개발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눈에 띈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많은 phase 1 unit가 가동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비임상시험을 마치고 임상시험에 들어가야 하는 바이오텍들을 대상으로, 영국의 리버풀대학의 감염내과 의사와, 임상약리학자, 전임상전문가들이 한 대학병원의 임상시험센터와 손을 잡고, 전임상단계에 있는 COVID 치료제 후보물질들을 임상단계로 진입시키면서, 1상을 마치고 신속히 2상까지 들여보내 준다는, 이름까지 AGILE이라는 임상시험 플랫폼이 눈에 띈다. 이 플랫폼은 입원환자 뿐 아니라, 감염을 확진 받고 집에 머무르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도 신속히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 말하고 있다. 세부내용은 영업비밀인 듯 자세한 설명은 없다. 첫 고객은 영국회사가 아닌,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고 있는 Ridgeback Biotherapeutics라는 미국 회사였다. 전임상 단계에 있던 이 회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서 임상 1상과 2상 프로토콜 작업까지 단 두 달에 마치고 7월 7일 US Merck와 연구협력 계약을 마쳤다고 지난 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미국과 서유럽에서 대규모 임상시험들을 2-3개월 내에 끝낼 수 있는 것은, 단지 돈이 많기 때문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경험을 쌓은 민간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 그리고 일차진료기관부터 상급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시험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있고, 공용 IRB  시스템과 같은 다기관 임상시험 인프라가 잘 정착해 있을 뿐 아니라, 2000년 중반부터 미국의 CTTI나 영국의 UKCRC, 유럽의 LS RIs 와 같은 임상시험 역량 강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감염병을 포함한 질병별 임상시험 네트워크의 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다기관 임상시험이 신속히 가동되고 여러 병원이 협력하는 인프라, 환자 레지스트리, 바이오뱅크 등의 연구 자원의 체계화 등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중앙 정부의 범부처 지원사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정부가 주도하는 Operation Warp Speed (OWS)와 같은 대규모 민관협력(PPP)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개발, 생산, 공급 및 배급 등 의약품과 백신의 전 가치사슬에 걸쳐, 큰 회사들이 노하우와 니즈를 공유하게 하고, 이에 근거해 전체 가치사슬에 대한 정부의 통 큰 투자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특히 개발부분에 있어서 임상시험에 대한 금전적 지원 뿐 아니라, 최대한 신속하게 임상개발을 마칠 수 있는 유연한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함께 만들고, 선택된 백신후보들의 임상개발에는 회사가 아닌 정부의 감독하에 프로토콜을 결정하게 하고 있다. 또한 COVID 환자를 입원시키는 병원에 대한 지원금으로 1,750억불을 책정하여 현재까지 100명이상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395개의 병원에 입원환자 한 명당 50,000불에서 76,975불을 지원하여, 의료 인력확보 등이 가능하게 한 것이 임상시험을 가능케 한 것으로 생각된다.

 

맺는말

위에서 살펴본 대로, 임상 1/2상, 2/3상, 심지어 1/2/3 상과 같은 seamless 임상시험을 포함한 적응적 임상설계가 코로나치료제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이는 미충족 의학적 필요가 높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이나, 임상시험 데이터의 integrity와 validity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하는 전제가 있고, 아주 높은 통계학적 뒷받침과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이다. 과거에는 항암제에서만 주로 고려되던 디자인이나, 이번 COVID 임상시험에 많이 적용되면서, 비 항암제 임상시험에서의 적응적 설계의 수용성도 많이 높아지리라 기대해본다.

현재와 같은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에서의 치료제 개발은,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하루 빨리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제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공익적 목표와, 환자가 사라지기 전에 진행되고 있는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마쳐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는 글로벌 개발 현황에서 살펴본 대로, 첫째 임상개발전략과 계획을 잘 수립해야 한다. 즉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유효성 평가변수, 그 약의 작용기전이나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역학적, 임상적 특징, 현재의 치료의 한계, 그리고 그 약물의 전임상 데이터에 기반해서 그 약으로 가장 유익을 누릴 수 있는 COVID 환자군을 확인하고, 가장 적은 수의 임상시험과 환자에서 보다 빨리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설계 방법 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회사는 글로벌 혹은 아시아 허가 전략까지 고려한 임상시험 지역전략을 가지고 사이트선정 및 운영계획을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약사나 바이오텍의 경우는 2상 임상시험부터 다국가 임상시험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조건 환자가 많이 있는 나라로 가는 것 보다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CRO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COVID 임상시험 현장의 현황과 COVID 환자 소재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각국의 기관이나 임상시험 네트워크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임상시험 협력을 위한 긴밀한 교류와, 정보 공유, 공익적 다국가 임상시험에 대한 참여와 기여를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하여 국제 커뮤니티에서 크레딧과 좋은 관계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중요하겠다.

COVID 치료제 신속한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회사의 연구진과 병원, 의료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와 산하 여러 기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위 기고문은 히트뉴스 기고문을 전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