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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ensing Story_묵현상] 3. 라이선싱 딜의 성공확률을 높이려면

  •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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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선싱 딜의 성공확률을 높이려면 
묵현상 ㈜메디프론.디비티 대표


지난 2회에 걸쳐 내가 겪었던 라이선스 아웃 경험을 주마간산 격으로 알아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라이선스 핵심정리’ 또는 ‘라이선스의 필요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라이선스를 기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라이선스 아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잠재고객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어야만 한다. 정보라는 표현을 쓰다 보니 대단한 것인 듯 들리지만 사실은 다음 세 가지만 챙기면 된다. 이 정보는 돈 주고 살 수 있다. GBI research, Current Deal, Inc. 등의 정보회사에서 라이선스 딜 카테고리로 이런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200페이지 보고서 가격이 2천만 원 정도 된다. 비용이 덜 드는 방법도 있다.
 
첫째, 라이선스 인 가능성이 있는 회사의 분기별 파이프라인 현황표다. 미국 나스닥 혹은 NYSE에 상장되어있는 회사는 미국 증권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매 분기마다 회사의 운영내역을 공개해야만 하는데 그 중에 파이프라인 현황표가 포함되어있다. 관심이 있는 회사의 매 분기마다 변동 상황을 확인하여 어떤 프로그램이 탈락했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새롭게 추가되었는지 확인한 뒤, 탈락했다면 무슨 이유인지, 신규 추가되었다면 라이선스 인을 한 것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라이선스 인을 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물질 코드 네임을 보면 알 수 있다. 화이자의 경우 PF로 시작하면 자체 프로그램이고 TP 등 다른 코드로 시작하면 라이선스 한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구글로 검색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고 바이오스페이스 (Biospace)나 피어스파마 (FiercePharma) 검색도 유용한 수단이 된다. 제일 확실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 그 회사의 경쟁사에 물어보는 것이다. 경쟁사는 상대방의 내부 사정을 귀신 같이 잘 알고 있다.
 
둘째, 잠재 고객회사가 학계에서 알아주는 학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알츠하이머 (Alzheimer’s)와 신경병성 통증 (neuropathic pain)에 집중하는 메디프론은 미국 BIO에는 참석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페인 콩크레스 (Pain Congress), AAIC (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뉴로사이언스 (Neuroscience) 미팅 그리고 ADPD (Alzheimer’s Disease, Parkinson’s Disease)에는 꼭 참석해서 잠재적인 고객회사의 발표를 잘 듣고 그 회사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학회 발표를 통한 정보수집은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본인이 속해있는 글로벌 비공식 모임에 적극 참여해서 업계의 뒷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루머도 많고 진실도 많이 흘러 다니기 때문에 잘 구별해야 하겠지만 글로 써있는 것과는 달리 아주 알찬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글로벌 비공식 모임이다. 혹자는 이너서클 (inner circ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모임에 들어갈 수 있다면 최선이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서클에 들어가 있는 사람과 관계를 잘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사실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이런 서클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라이선스 딜을 하려는 후보물질 보유 회사, 즉 라이센서 (licensor)가 경험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인 경우에는 유로 바이오 파트너링, North America 파마 파트너링 등의 파트너링 행사에 참여해서 라이선스 하려는 후보물질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배포하고 “만나자는 회사라면 누구든지 웰컴” 하는 실수를 흔히 저지르게 된다. 나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내가 선정한 회사에 만나자는 콜을 던져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하기 위해 선을 보는 것과 정확하게 똑 같은 프로세스가 일어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라이선스 하려는 후보물질을 설명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보물질을 인 라이선스 하려는 회사의 입장에 따라 설명 방법, 강조점이 달라져야만 한다. 최근에 실패한 프로그램이 있는 회사에 오퍼를 하려면 실패의 원인을 해결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야만 한다. 만일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증거 데이터를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적 가설(theory)을 제시하고 증거 데이터가 나올 시점을 제시하면 된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면 신경병성 통증 (Neuropathic pain)에 뛰어난 효능을 나타내는 TRPV1 길항제는 이상발열 (hyperthermia) 증상 때문에 임상시험에서 실패를 해왔는데 메디프론이 개발한 TRPV1 길항제는 이 문제를 극복했고 이 데이터를 제시하는 순간 잠재 고객회사에서는 다른 것은 자세히 보지도 않고 경영층 미팅 일정부터 잡았다는 사실이 잠재 고객의 니드(need) 스위치를 누르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라는 점을 잘 말해준다.
 
딜이 성사되지 못하고 처음부터 거절된 경우의 예를 보자. 임상 2상에서 독성문제로 실패한 프로그램을 가진 잠재고객 회사에 비임상 진행중인 동일 클래스의 후보물질을 들고 접근을 했는데 우리 나름대로는 독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논리적 가설을 제시했지만 잠재고객 회사에서는 이 가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데이터가 나오면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그간 계속했던 미팅을 잠정 중단했다. 그로부터 여덟 달이 지난 뒤 우리의 가설에 따른 실험 결과가 나왔다. 우리의 가설이 잘못된 것이 입증되었다. 그 회사가 맞았던 것이다. 우리는 그 회사에 연락을 했고 보스턴에서 열린 학회에서 그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의 데이터 – 역으로 입증된 데이터 – 를 제시하고 여러 시간 토론을 했다. 우리는 그 실패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게다가 덤도 있었다. 그 회사 핵심 연구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궁금한 것 있으면 이메일 보내서 물어보고, 뉴욕이나 뉴저지 갈 일이 있으면 만나서 밥 같이 먹는 정도의 친분이 생겼다. 공동 연구를 하지 않는 사이인데도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이다.
 
라이선스 인을 하려는 빅 파마는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다. 그 스타일에 맞춰주지 않으면 첫 관문을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A사는 대단히 사이언스 오리엔티드 되어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 어떤 회사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A사는 과도할 정도로 데이터가 집착한다. 사실은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이 본사의 전략과 정책이다. 성사된 딜이 중도에 종료 (premature termination)되는 이유의 60%가 데이터 때문이 아니라 정책의 변경 때문이고 데이터가 나빠서 종료되는 것은 25%에 불과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통계수치다. 어쨌든 A사와 거래하려면 단 하나도 빠지지 않은 완벽한 데이터 패키지가 있어야만 한다. 유럽의 B사와 거래하려면 초기 단계의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 줄 지에 대한 확고한 아이디어를 내가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일러 Nature Drug Discovery에서는 6th dimension of framework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다른 유럽의 C사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협상 자세를 보이는 특성이 있었다. 나쁜 것은 아닌 데 똑 부러지지 않으니 답답하기는 했다.
 
캠블 얼라이언스 (Campbell Alliance)의 자료에 의하면 공개가능데이터(Non confidential data) 패키지를 보고 비밀유지협약 (CDA)을 체결할 확률은 22%이고, 비밀 자료를 검토해서 법적 의무가 있는 오퍼 (binding offer 또는 term sheet)를 받을 확률은 9%라고 한다. 즉, 공개가능데이터 패키지로부터 바인딩 오퍼에 이를 확률은 단 2%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확률로는 거의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지만 매년 수 백건의 딜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세상일이 확률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라이선스 딜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에 가깝다는 것은 여러 차례 말했거니와 과학과 달리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논리를 넘어서는 인간의 감성이 라이선싱 딜의 바닥에 깔려있다는 뜻이다. 역시 캠블 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자면 협상 중에 딜이 깨지는 원인의 1위는 “시장 가치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57%였고 2위가 “믿을 수 없어서”였다. 결과적으로는 시장 가치에 대한 시각 차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결혼을 위해 선을 보는 것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잘 아는 사람이 소개하면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성사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라이선스 딜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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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싱 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묘책이란 없다. 하지만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 방법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내 후보물질을 가져갈 잠재고객 회사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 회사의 고민과 두려움이 뭔지를 이해하고 그 두려움을 없애줄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라이선스 딜의 확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선싱 딜은 결혼과 너무도 똑같다. 농담삼아 “인명은 재처(人命은 在妻)”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