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Licensing Story_최주현] 한국 중·소형 제약사의 생존전략

  •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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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censing Story 
한국 중·소형 제약사의 생존전략
최주현 유유제약 이사
 
“신약개발”
사실 업계에서의 짧은 경험으로 말하기엔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많이 힘들다라는 게 저의 소견이고 동시에 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집에 가면 가끔 안사람에게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낮은 확률의 일인지 푸념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예술계통(?) 일을 하는 필자의 와이프는 예술 쪽에서도 폴 들라로슈나 아더 단토라는 사람이 이미 현대 미술의 종말을 고하는 말을 해왔다는 말을 해 주면서 별일 없이 혁신을 꼭 이룰 것이라 생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사실 원근법을 깬 마네도, 밑그림없이 캠버스의 가운데부터 그림을 그려 미술학원에서 쫓겨난 고흐도, 평면의 것을 입체화 하려 했던 피카소도, 비디오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아트쇼를 했던 백남준도 모두 당대에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혁신의 시도를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소개한 사람들이 아닌가? 이러한 새로운 가치에 대한 산고와 같은 노력이 같은 계(system)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라는 irrational optimism 을 가지고 신약개발에서도 성취 될 것을 희망하며 이 글을 시작해 본다.

현재 필자는 중소 국내제약사에서 전략기획 및 BD 담당자로 일을 하고 있다. 맞닥뜨린 현실에서 해외 글로벌 제약사나 국내 유수의 제약사가 R&D 생산성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구사하는 여러 방법론들을 이 상황에 어떡해 적용할 수 있을까? 국내 제약사의 역사는 선진 제약사의 행보를 단지 답습하게 되는 것인가? 아님 말 그대로 자신에게 맞는 혁신의 방법을 찾아내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이제 제약 업계의 일반적인 단어가 된 개방형혁신과 VIPCO (Virtually integrated pharmaceutical company )가 어떤 회사가 어떻게 수행하며, 이런 방법론들이 중소제약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고, 그 장점과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 도달하게 되었고 미비하나마 내린 결론은 ‘빠른 의사결정 (단순한) 과 기술과 타켓의 LEGOing’ 만이 현재 필자에 처한 제약기업이 살길이 판단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가치창출의 시도; LEGOING
필자가 해외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링, 바이오벤쳐의 기술담당자, 혹은 기술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대학 교수님들을 만나보고 내린 그들의 excellency의 결론은 매우 보수적이지만 빠르게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냉정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파트너에 대한 존중, 즉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이런 결정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줄 수 있는 지와 같은 정확한 니즈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스위스에서 라이센싱 담당자 모임에서의 경험인데 하나 같이들 이야기 하는 것이 너희 나라의 어떤 기술이 있는지, 연결해 줄 수 있는 지였고 반대로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아주 집요하게 물어 보았다. 무엇이든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을 그들이 원할 수도 있다는 개방된 태도였지만 말의 초점을 잃지 않고 자신의 준비된 스토리로 이끄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화에서 이미 설정된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그들의 내공은 기술이나 타켓을 하나의 혼합물로 보지 않고 큰 구조물속에서 각각의 가치를 나눠볼 줄 아는 역량과 내부적으로 합의를 완료한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연구자나 개발자들은 competitive landscape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여 자신의 기술을 의도적으로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우와 이 단점을 타켓의 신규성과 시장의 사이즈 만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론 선도기술이나 신규 타켓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간의 최적의 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다음은 이를 대변해 주는 한 예인데 많은 제약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시장 또한 매우 큰 LDL의 수치를 낮춰주는 신약개발 시도에서 이 가치는 맞추지 못했지만 복부지방만을 빼주는 펩타이드 기술과 이를 설하제형으로 바꿔 기후가 더운 동남아시장 등에 진출 및 환자 편이와 면역원성의 극대화를 이루려는 시도 가 있었다. 하지만 개발자 분의 이야기로는 만나본 모든 분들이 혈중 LDL수치 저하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단다. 이처럼 양자협력의 방법도 있지만 삼자협력의 경우도 있다 합성의약품 (Small molecule)과 바이오의약품 (Biologics) 전문가들이 사실 만나 같이 연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 말은 정보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 화사가 A 라는 타켓을 저해하는 약물을 가지고 있는데 임상단계에서 독성으로 개발을 포기한 합성의약품과 눈에 맥락막 등 바이오 배리어를 잘 통과하고 기존의 기반기술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chemical과 conjugation이 용이한 펩타이드 기술을 융합하기 위하여 각자의 물질과 기술을 투자하고 제 3자는 비임상까지 비용을 투자함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모델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이들 이야기에서처럼 기술과 타켓의 가치는 개발환경, 시간 및 진입 시장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될 때 그 가치는 극대화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네트워킹 역량, 여러 파트너를 그들의 니즈에 부합되게 공평하고 정당하게 제시하는 사업적 기술, 합의된 전략에 바탕을 둔 빠른 과제검색 및 수준 높은 과학적 평가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요소는 경영진의 선 동의 된 잘 짜인 전략방향을 가지고 개발 대상을 찾아야 하는 업무접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기술이 있는데 이걸 어디에 쓸고” 혹은 “남들이 뭐하나 조사해 오면 보고 결정한다” 등과 같이 순서가 바뀐 개방형혁신 연구개발 및 사업개발 시도는 혁신신약을 개발 하는데 있어 좀 무리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사업개발자의 태도와 가치의 분배; 맹사군과 황금알 낳는 거위
두 번째는 비즈니스에 관한 것인데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링 혹은 특정질환영역의 대외협력 헤드들의 태도는 그야말로 맹사군의 그것을 가진 듯 하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국내제약사 연구소 경력이 전부라고 할 만한 젊은 친구가 기술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대화는 보통 이렇게 이뤄진다 내가 아는 것을 그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그것에 살을 붙여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 내가 원하는 것을 도와줄 테니 자신들이 원하는 아주 좁은 영역의 기술정보를 요청한다. 이것이야 말로 아주 작은 가치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맹사군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매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좀 무가치한 것에 집중하여 이 허들을 넘지 못하면 유가치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실 필자 또한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명함을 들고 노바티스나 로슈의 디비젼 해드를 대하는 것이 국내 제약사 임원 분을 이나 의사선생님들 혹은 교수님들을 대하는 것 보다 편한 이유는 이 분들께서 원하시는 기술의 상업화나 비즈니스 의 excellency 측면에서 생각해 볼 점이라 생각한다.

한가지 더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치분배에 관한 것인데 “Don’t kill the goose that lays the golden eggs” 라는 말을 들려준다. 계약이고 뭐고 아직 value가 없으니 나눌 것도 없다는 태도다. 그것이 최종산물이 아니라고 했다. Deal 이란 나눌 수 있는 것을 서로 보여주는 것이지 어찌 나눌까를 미리 이야기 하는 것이 의미없다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준다. De-risk 하지말고 risk sharing 하는 것이 동반자의 역할 아닐까? 가끔 개발, 마케팅, 법무팀의 동의를 받지도 않은 내용을 들고나온 과학자가 개방형혁신 eco-system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설사 관심을 보이는 상대회사가 있다 한들 과연 이들이 그 험난한 의사결정의 굴곡을 버텨낼 수 있을까? 를 반문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주최의 비즈니스포럼에 가보면 이런 한국 스타일을 이미 외국기업인들은 아는 듯 하다. 좀 지쳐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comprehensive biologics에 매우 강하다라는 인식이 있고 이는 앞으로 다가올 여러 글로벌 deal의 씨앗이 됨에 분명하다” 라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유수한 제약기업의 국내에서의 리더십 또한 매우 중요한 때라 생각한다.
 
기술이전; 知彼知己
셋째로 많은 분들이 하는 또 하나의 오해는 “라이센싱 아웃”을 과제의 끝이라고 생각 하시는 경향이 있다. 옛말에 시집을 가면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라 라는 슬픈 말 같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Small molecule 개발에서 back up compound의 개발이 과제의 risk management에 있어 매우 중요하듯이 기술이전 후에도 back up 전략 또한 기업의 risk management에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기술이전 후에도 지속적 연구 개발이 뒤따라야 하고 더 나아가 기술이전 시점에 이미 여러 적응증 가능성에 대한 개념정립이 되어 있어야 한다. 가끔 자신의 기술이나 화합물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적응증 가능성을 공짜 (?)로 쉽게 보여 주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편은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비밀유지계약 하에 자료를 열람 하는 것이라도 좀 당혹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런 과오는 상대 회사가 원하는 기술이나 화합물에 대한 정확한 요구사항을 모르는 것에 대한 발로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한 이스라엘 바이오벤처의 대표는 그야말로 자신의 화합물을 가능한 적응증으로 조각조각 내어 deal을 하고 있었는데 마켓 지역까지 나누면 정말이지 너무 많은 옵션이 생긴다고 했다. 물론 글로벌제약사에 기술 이전한 선도과제의 임상정보도 공유하는 계약을 했다고 했다. 집요했다. 한 미국 벤쳐 사업가는 한 질환에서 질환의 진행단계에 따라 과제를 나눠 deal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실직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농담 섞인 답을 주기도 했다. 결국 이런 일을 위해서는 사업개발 전략이 매우 중요한데 그 기반은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내부 혹은 외부 연구개발 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부 연구개발의 경우에는 회사의 사업개발전략을 정확히 이해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개발 시 자신이 개발할 수 있는 것과 상대 회사가 개발해 줘야 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정확히 분업화 해야 한다. 역량분석이 필수인 것이다. 이는 그 회사의 연구/개발역량 분석표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같은 페이지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사업개발이나 연구개발 공이 경쟁구도를 인식할 때 특정 modality 나 한 질환에 있어 특정 target 군에 치우친 분석은 금물이다. “연구소는 제발 돈이 되는 물건 개발해 달라” 라는 웃지 못할 요청이 난무해서는 글로벌신약의 꿈은 요원한 이야기 일 것이다. 자신의 역량을 알고 세계적 경쟁구도를 파악하여 정확히 gap filling 하는 포지셔닝 전략과 아웃소싱 기술의 평가, 자체파이프라인의 연구역량 플러스 리스크를 일소하기 보다는 동반자로서 공정하게 나눌 줄 아는 계약전문가의 역할이 공동개발 및 라이센싱에 있어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결어
지금까지 필자의 업계에서의 짧은 경험으로 중·소형 제약사의 생존과 이를 위한 방법론에 대하여 짧은 글을 적어 보았다. 글로벌 혹은 국내 메이져 제약사의 행보에는 턱없이 수준 낮은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으나 혁신이란 많은 경우 평안함 속에서 찾아오기보다는 고통과 절실함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중·소형 제약사가 이룰 미래의 혁신을 기대해본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큰 기업이 하는 것처럼 과제를 통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기술과 타켓을 분획하여 개개의 가치로 이해한 후 이들간에 최선의 fitting에 대하여 고민하고 여러모로 부족한 역량 때문에 벤처기업에서 어쩔 수 없이 수행했던 질환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가고 과제투자 및 전략적투자를 병행하여 투자 risk를 관리함과 동시에 상대를 배려하는 사업모델에 대한 고민/제안을 통해 eco-system에서 리더십과 상생을 모색함으로 한국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장과 같은 미래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기업의 미래에 성장 발판으로 삼는 것이 중, 소형 제약사가 국내 제약시장의 험난한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노력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