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자를 위한 특허 정보
국내 제약기업 특허경쟁력 제고의 필요성
특허청 특허심사2국 약품화학심사과 김범수 사무관
의약산업은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지식산업이다. 새로운 의약품, 신약이 개발되기까지는 5~10억 달러의 막대한 개발비용과 10~15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지만, 블록버스터 신약의 연간 매출액이 70~90억 달러에 이르고, 이중 약 20%가 영업이익률인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개발비용은 1년 만에 회수할 수 있어, 의약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고부가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산업이다. 또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제약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전략산업으로 대두 되고 있다.
특허는 신약의 복제약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수익을 극대화 시키는 배타적, 독점적 시장보호수단이다. 특허권의 독점기간은 특허출원일로부터 20년이지만, 신약 관련 특허는 특허권 존속기간이 최대 5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특히, 신약은 핵심, 원천특허인 물질특허의 특허권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서 물질이 포함된 모든 형태의 의약품에 그 권리가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물질특허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지 않는 한, 개량형 신약 개발도 쉽지만은 않다.
국내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국내기업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선플라주’를 필두로 최근 허가받은 카엘젬벡스사의 ‘리아백스주’까지 모두 21개에 이른다. 국내 제약기업 R&D 투자비율은 여전히 다국적 제약기업 R&D 투자비율 15.6%의 절반 수준인 7.9%에 불과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국내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은 많이 향상되었다. 또한, LG생명과학의 ‘팩티브주’의 미국 FDA 승인 이후, 최근 동아ST의 수퍼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승인까지 국내 제약기업의 미국 FDA 승인 품목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적 성장과 비교할 때, 특허경쟁력 부분은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다국적 제약기업은 신약 후보물질의 스크리닝 과정에서부터 체계적인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을 통해 시장을 원천적이면서도 배타적으로 보호하는 특허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그물망 식 특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과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였고, 이러한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약을 위한 공격적인 R&D 투자가 가능하였다. 이에 비하여 국내 제약기업은 몇몇 매출 상위 제약기업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특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특허전담인력은 5~9명으로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 79명, 머크 61명 등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 국내 의약품 특허출원 동향과도 일치한다.
지난 10년(
’04~’13년)간 국내 의약품 특허출원 중, 내국인 출원비율은 41%에 불과했고, 이는 국내 특허출원 전체에서의 내국인 출원비율 76.8%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국내 의약품 특허출원 상위 10개 국내 제약기업의 출원건수도 글로벌 제약기업의 18.4% 수준으로 매우 낮다. 또한, 원천·핵심특허라 할 수 있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승인신청/등록출원 건(
’87~’14. 7월)의 89%가 외국인 출원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2012년 이후에는 국내 의약품 특허출원의 내국인 출원비율이 외국인 출원비율을 앞질렀다는 점이다.
2015년 3월 15일이면 특허와 연계하여 제네릭의약품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된다. 2011년 8월의 정부출연연구기관 합동 보고서인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제약기업의 매출감소는 연평균 439~950억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제도가 시행되면 다국적 제약기업의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게 된다. 이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특허권 강화는 선택사항이 아닌 국내 제약기업의 존립과 성장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인식하여야만 한다.
국내 제약기업이 더 많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신약을 외부 경쟁기업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특허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특허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특허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한 체계적인 특허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특허청도 국내기업의 특허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P-R&D 연계를 통한 R&D 全 주기에서 특허정보를 활용한 핵심·우수 특허 창출을 지원(
’13년 226개 과제 지원, ’14년 252개 과제 지원 예정)하고 있고,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을 위한 기업 맞춤형 분쟁대응전략 수립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은 한국제약협회와의 MOU 체결, 국내 제약기업이 참여하는 ‘제약분야 특허정책협의회’ 운영 등, 국내 제약기업과의 교류 및 협력강화를 통한 국내 제약기업의 지재권 인식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21세기는 유형자산보다 무형의 창의성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재산의 시대이다. 강한 지식재산권의 구축이 기업과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국내 제약기업도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특허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