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조기 검진법도 치료제도 없다?!'
담도암 (cholangiocarcinoma)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경로인 담도(담관)에 생기는 암으로, 위치에 따라 간 안쪽에 위치한 담관에 발생하는 간내 담도암(in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ICC)과 간 바깥쪽에 위치한 담관에 발생하는 간외 담도암(ex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ECC) 그리고 담낭에 발생하는 담낭암(gallblader carcinoma, GBC)으로 나눌 수 있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담도암은 미국에서는 매우 희귀한 암에 속하며 그 빈도가 전체 암환자 중에서 0.01 ~ 0.4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는 발병률이 더 높으며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국가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외 담도암의 발생율이 간내 담도암의 발생율보다 약간 높으며, 담도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암 종에서 남자 9위, 여자 8위이다. 그러나 5년 후 생존률은 췌장암, 폐암, 간암 다음으로 낮은 26.1%로 집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2011년 12월 29일 발표 자료).
담도암, 담낭암의 뚜렷한 발병요인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검진방법과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며,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암 발생에 관여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담도암 치료방법은 일차적으로는 근치적 절제술 (병소와 관련된 모든 조직을 절제하는 것) 이지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40~50% 정도에 불과하다. 근치적 절제술이 불가능한 경우 항암화학요법으로 젬시타빈(gemcitabine)과 시스플라틴(cisplatin)을 병합하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그 외 카페시타빈(capecitabine),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등과 같은 다른 항암제를 병합하는 복합항암요법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수술을 하였지만 암의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나 국소적으로 진행된 경우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치료방법에 의한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은 5% 미만으로 더 효과적인 치료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새 담도암 치료 타겟 L1CAM 발견, FIC 연구 시작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는 담도암 치료 시장.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144건의 임상실험이 담도암에 대해서 진행 중이다. 대다수의 임상실험은 화학적 제재들의 단독 또는 병행처리에 대한 연구와 방사선 치료 그리고 화학적 제재와 방사선 치료의 병행 연구이며, 화학적 제재를 이용한 임상시험 중 13건만 표적치료가 가능한 항체를 이용한 단독 혹은 화학적 제재들과 병행처리 한 실험이다. 그나마 표적치료에 사용된 항체는 panitumumab, bevacizumab 그리고 cetuximab의 단 3 종류로, 그 표적은 EGFR과 VEGF 2종류가 전부다. 그러나 담도암에서 EGFR의 변이로 인해 panitumumab와 cetuximab의 치료 효과는 이미 한계성이 지적되고 있으며, bevacizumab은 단일 제재로서 임상에서 효능이 관찰되지 않으며, 화학적 제재와 병용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학적 제재와의 병행치료로 인해 환자에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성을 안고 있어 Long-term 치료에서 bevacizumab의 저항성이 생겨 환자에게 큰 효능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점이 보고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연구되고 있는 것 이상의 새로운 담도암 치료 타겟 및 항체 신약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난항이 거듭되고 있는 담도암 치료제 개발에 국내 연구진이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시스템면역과학과 홍효정 교수(사진)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소화기 암에서 쓰이는 항암제에 담도암은 치료효과가 없어 사망률이 높다”며,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치료제에서 조차 한계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한계성을 뛰어넘을 새로운 표적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L1CAM이 담도암에 발현함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였고, 암 진행 관련 기능을 세포수준과 임상병리학적 연구를 통하여 밝힘으로써 담도암 치료의 L1CAM 타겟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First-In-Class 연구인 것이다. 또한 마우스 및 인간 L1CAM에 대한 고친화적 인간 단일클론항체를 개발하여 그 효능을 동물실험을 통하여 입증함으로써, 후보물질을 도출하였다. 담도암 치료 타겟으로서 L1CAM을 발굴한 배경으로는, 담도암 환자로부터 분리하여 만든 간내 담도암세포들을 생쥐에 면역주사하여 하이브리도마세포주들을 만들었다. 이들이 분비하는 단일클론항체가 암세포 표면에 결합하고 타겟 항원이 막단백질인 항체를 선정한 결과, A10-A3 항체가 암세포에는 결합하지만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고, L1CAM을 인식함을 확인한 것이었다.
홍 교수는 “L1CAM의 발현율이 높을수록 담도암세포의 증식, 이동, 항암제 내성이 증가하였다”며, “A10-A3 항체를 이용한 담도암의 면역조직화학염색법과 임상병리학적 연구를 수행한 결과, L1CAM이 담도암의 약 40% 이상에서 높게 발현되었고, L1CAM의 발현율이 높을수록 간외 담도암 및 담낭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L1CAM은 담도, 간, 위, 십이지장, 췌장, 소장, 대장의 정상 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았으나, 담도암의 악성 종양 세포에서 발현률이 높았고, 종양 세포의 세포막과 종양 전이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특히 과다발현 되었다. 이에 홍 교수팀은 L1CAM이 담도암 환자의 암이 전이로 진행하는데 관여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담도암에서 L1CAM의 발현 수준과 담도암 환자의 생존과의 관계를 임상병리학적 연구를 수행하여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홍 교수는 “L1CAM의 발현율이 높을수록 간외 담도암, 담낭암의 전이가 잘 일어나 환자의 생존율이 낮았으며, 예후가 좋지 않았다”며, “다변량 분석 결과, 간외 담도암, 담낭암의 전이에 있어 L1CAM의 높은 발현율이 독립적인 변수로 작용하였고, 이 결과들로부터 L1CAM이 담도암 진행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따라서 담도암 치료 타겟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L1CAM 타겟 항암제 개발, 열린 가능성 커”
담도암 치료 타겟으로 발굴한 L1CAM에 대한 인간 단일 항체가 담도암 치료 효과가 있는 지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에 나선 홍 교수는 현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담도암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의 예비 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과제의 목표는 3가지, ▲ 항체의 PK 분석 ▲ 신경 독성을 포함한 일반 독성 시험 ▲ 항암 효능 시험이다. PK분석 및 독성 시험에서는 모두 문제없음을 확인하였고, 항암 효능에 있어서도 단독 및 병행 처리했을 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GFR이 많이 발현된 곳에 L1CAM의 발현도 많은 등 두 타겟이 암세포에서의 연관 작용을 예측할 만한 부분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두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든 조합해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며, “기존의 치료제와의 병행 및 현재 진행되는 연구와의 병행 등 최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L1CAM을 타겟으로 한 연구가 가진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경쟁력은 눈길을 끈다. 먼저 홍 교수가 개발한 항체는 인체 정상조직 10종에 대한 예비 정상 조직 교차 반응성 실험에서 L1CAM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함이 확인되었다. 이는 부작용이 거의 없이 담도암의 치료제로서 활용 가능함을 예상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홍 교수는 “암 세포는 정상세포에서도 다 발현되기 때문에 투여량을 높이는데 제약이 많다. 그러나 L1CAM은 정상세포의 발현률이 적어 암 치료 시, 투여량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L1CAM은 집중적으로 연구한 담도암 외에 폐암, 유방암, 피부암, 췌장암 등에서 발현되므로, 항체의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담도암 이외에 L1CAM을 발현하는 다른 암의 치료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희귀의약품 등재 가능성도 연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담도암은 조기 진단법도, 뚜렷한 치료법도 없어 현재 췌장암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된다면 임상 2상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하고, 이로 인해 시장 진입이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홍 교수는 “담도암은 희귀의약품으로 분류되긴 하나, 태국, 이탈리아, 독일, 남아메리카 등 특정 지역에 환자가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진국에는 거의 없었으나 최근 서양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개발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항체 공학 1세대의 연구 열정, 불모지에 씨 뿌렸다
“담도암 치료제가 없습니다.
이 한마디였습니다. 지난 2005년 간암, 담도암 전문의로 있던 전북대 의대 김대곤 교수님으로부터 담도암 치료제 개발 필요를 듣고 시작된 연구가 바로 이번 과제입니다.“
과제의 시작에 대한 홍 교수의 답변이다. 새로운 타겟 발굴을 고민하던 중 듣게 된 한 교수님의 말로, 담도암 환자로부터 분리하여 만든 간내 담도암세포들을 생쥐에 면역주사하여 하이브리도마세포주들을 만들고 이들이 분비하는 단일클론항체가 암세포에는 결합하지만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고, L1CAM을 인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말 아이디어만으로 발견하였고, 현재 연구까지 오롯이 홍 교수의 역량이 고스란히 묻어난 연구이다.
이런 연구 역량이 갖춰지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궁금해졌다. 홍 교수는 한국의 항체 공학 1세대다. 그는 1988년 미국에서 항체 공학이 붐을 일으킬 즈음 몸 담고 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항체 공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낸 연구원이다. 이를 시작으로 항체 공학을 시작하게 되었고, B형 간염 치료제 연구 과정 중에 항체 공학기술을 섭렵했다. 외국의 휴먼 안티바디를 국내에 받아들여 기술력으로 습득했고, 바이러스 쪽의 연구에 집중케 됐다. 그러다 암 쪽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한 뒤 그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2004년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을 통해 암의 항체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L1CAM을 발견하였고, 현재는 L1CAM 항체의 예비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홍 교수는 “약이 없는 암에 대한 도전을 해보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담도암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 연구는 나 혼자 하고 있기 때문에 지체되거나 제대로 못하면 안 되니까 현재는 이 연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종류의 암이 항암제 내성이 있는 암이니까 다른 조직에 있는 암도 항암제 내성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 기존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에 대한 부분도 연구 가치가 있을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규정을 알려주는 창구가 상시로 있으면 좋겠다.”
연구자로서 확실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충실히 계획을 세웠는데, 그 계획대로 집행을 하려고 하니까 규정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실수를 많이 했다는 것. 이에 그는 나라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해주는 등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빠듯하게 짠 연구계획인데 집행을 위한 규정을 몰라 몸으로 부딪히면서 수행하다 보니 실제 1달 남짓이면 가능한 연구기간이 집행을 위한 절차를 거치느라 3개월 여 소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홍 교수는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집행 등 행정 관련 부분은 정부에서 연구자 편의를 더 고려하여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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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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