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KDDF 기고_임인택] 항생제의 개발 동향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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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개발 동향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임인택 전문위원
   
 
  1. 1. 들어가는 글
 
항생제가 사용되기 이전 시대의 황색포도알균에 의한 균혈증의 사망률은 82%에 달했으며, 50세 이상 환자에서는 2% 만이 생존할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20세기에 있은 항생제의 발견과 개발은 현대의학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1970~1980년대의 항생제 황금시대 동안 수많은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었으며, 의사들은 다양한 감염질환의 치료에 여러 항생제 중 적절한 항생제를 손쉽게 선택하여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생제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항생제 내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으며, 이 문제는 최근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1
이 글에서는 항생제 개발의 역사를 간략히 알아보고, 항생제 개발 동향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2. 항생제 개발의 역사
 
1) 자연물질의 시대
고대로부터 항생효과가 있는 천연물들을 자연으로부터 채취하여 사용해 왔다. 2천년 전 아프리카 누비아인들의 유골에서, 이들이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만들어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Tetracycline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이 항생제는 누비아인들이 즐겨 마시던 맥주를 통해 섭취된 것으로 보인다. 2 이 항생제는 ribosome의 30S subunit와 가역적으로 결합하여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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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 효과를 보이는 자연 물질로는 1619년 페루에서 최초로 cinchona 나무껍질의 추출물을 이용해 말라리아에 걸린 스페인계 통치자의 아내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기록이 있으며, 남미에서는 아메바 장염의 치료에 ipecacuanha 뿌리가 효과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3 이 시기에 만들어진 약제 중 Quinine, Emetine 등은 현재까지도 항생제로 사용되고 있다.
 
2) 화학물질의 시대
1909년에 Paul Ehrlich는 합성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매독 치료를 시행하였는데, 여기에 쓰인 약물 Salvarsan은 화학요법으로 질병을 치유하는 최초의 예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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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Klarer와 Mietzsch에 의해 azo 계열의 염색약의 일종인 Prontosil이 합성되었으며, 1934년 독일의 약리학자인 Gerhard Domagk에 의해 사슬알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3 바로 이때부터 항생 화학요법의 시대가 실제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36년 영국의 Colebrook와 Kenny가 산욕열의 치료에 Prontosil을 사용하면서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Prontosil 개발 이후, 여러가지 Sulfonamide계 화합물들이 개발되었는데, 이들은 vitamin B9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저해하여 항생작용을 하는데, 인간은 vitamin B9을 음식물로 섭취한다.
 
3) 미생물로부터 개발된 항생제의 시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우연히 세균을 배양하는 실험을 하던 도중 배지에 곰팡이가 생긴 배지에서는 포도알균의 배양이 잘 안 되는 것을 보고 곰팡이에서 무언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이를 추출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이 인류가 최초로 만들어낸 ß-lactam계 항생제 페니실린G이다. 그러나 정제기술이 없어 penicillin이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12년이 지난 1941년이 되어서야 처음 인체에 투여되었다. ß-lactam계 항생제들은 박테리아 세포벽 성분인 peptidoglycan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저해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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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처음 사용하던 시절에는 내성이 있는 세균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니실린은 기적의 치료제로 2차대전 중 포도알균에 감염되었던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페니실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게 늘어가면서 점차 페니실린에 내성을 지닌 세균들이 생겨났고, 8년이 흐른 1950년쯤엔 포도알균의 40%가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 1960년쯤엔 내성율이 80%가 되어 페니실린의 기적 효과는 사라지게 되었다.
페니실린에 내성이 생긴 세균에 대항해 인류는 1959년에 2세대 항생제 Meticillin을 개발해 냈지만, 바로 2년 후 Meticillin에 내성을 갖는 포도알균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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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me1. Timeline of Antibiotics Discovery: Introduction Into the Clinic5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곰팡이나 미생물들의 발효 물질에서 항생제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게 되었고, 결핵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밝혀진 Aminoglycoside계열 항생제인 Streptomycin과 Kanamycin이 개발되었다. 이 계열의 항생제는, 박테리아 ribosome RNA 30 S subunit에 결합하여 정밀한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기전을 갖는다. 앞서 개발된 항생제와 달리 그람양성균에도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세균들은 이들 항생제의 변환효소를 생성하거나, 목표 ribosome을 변경하여 내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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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Chloramphenicol도 항생제로 개발되었는데, 매우 광범위하게 혐기성 미생물에도 항생효과를 나타내었다. 작용기전은 박테리아 ribosome RNA 50S subunit 에 결합하여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골수에 부작용이 있어서 자주 사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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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rolide계 항생제인 Erythromycin 도 세균의 ribosome RNA 50S subunit에 결합하여 단백질 합성을 저해한다.
인류는 이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잡기 위해 새로운 3세대 항생제 Vancomycin (Glycopeptide 계)을 잇따라 개발하였다. 기전은 박테리아 세포벽 성분인 peptidoglycan에 결합하여 이의 합성을 저해한다. 하지만, 항생제의 개발 속도보다 더 빨리 내성을 획득한 ‘슈퍼 박테리아’ 가 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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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요도감염 치료제로 Quinolones 계 항생제 Nalidixic acid가 개발되었는데, 이 계열의 화합물들은 박테리아 DNA 풀림을 저해하여 복제를 막는다. Quinolones 계 물질들을 항생제 효과를 기준으로 세대를 분류하는데, 화학 구조를 보면 2세대 화합물부터는 벤젠고리에 불소가 붙어 있다. 3세대 화합물은 Streptococci 균에도 효과가 있다. 그리고 4세대 화합물인 Fluoroquinolone은 박테리아의 2가지 타겟 단백질 DNA gyrase와 topoisomerase IV에 작용하여 내성균주 생성이 느리다. LG생명과학에서 개발한 Factive도 4세대 Quinolones 계 항생제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는 ß-lactam계열의 Cephalosporin 화합물들이다. 1948년 처음 토양에서 발견되었지만, 중간체인 7-ACA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1964년 Cefalotin이 상업화 되었다. 1세대 Cephalosporin 화합물은 그람양성 구균에 효과적이고, 2세대는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균력이 넓어졌다. 3세대는 세균성 폐렴과 중이염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4세대는 녹농균과 그람양성균에 대해 동시에 효력이 있다. 현재 5세대 세파계 항생제로 Ceftobiprole, Ceftaroline가 개발되었는데, 메티칠린 내성균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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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apenem 항생제는 ß-lactam 계열 중 스펙트럼이 가장 넓다. 이중 Faropenem은 경구제로 효과가 있고, ß-lactamase에도 잘 분해되지 않는다.
Momobactam은 ß-lactam 고리 하나만 가지고 있으며, 그람음성균에게 주로 작용한다. Aztreonam하나만 1986년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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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테리아는 ß-lactam 계 항생제를 분해하는 ß-lactamase를 생산하여 항생제 내성을 얻는다. 내성균을 치료하기 위해 Clavulanic acid, Sulbactam 같은 ß-lactamase 저해제들이 개발되었는데, 그 자체만으론 항균 효과는 극히 미미 하지만, ß-lactam 계 항생제와 병용으로 사용된다. 
내성균과 결핵균 및 나병균에 잘 듣는 Rifamycin은 원핵생물의 RNA polymerase에 강하게 결합하여 박테리아의 RNA 합성을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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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samide계 항생제인 Clindamycin는 주로 혐기성 미생물 치료에 사용한다. 이 계통의 항생제는 ribosome의 50S에 결합하여 translocation을 저해함으로써,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고 세균 발육을 저지한다.
Vancomycin 내성균주의 출현은 신규 항생제 개발의 필요성을 긴급히 요구하게 되었다. 1999년 Streptogramins 항생제가 개발 되었는데, rRNA 50S subunit에서 translocation을 방해하여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며 앞서 기술된 항생제와 비슷한 기전을 갖는다.
2001년에는 Oxazolidone계 항생제 Linezolid가 시판되었는데, 이 계열 물질들은 rRNA 50S에 작용하여 단백질 합성이 시작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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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발매된 Daptomycin은 Lipopeptide계로 분류되는데, 박테리아의 세포막에 삽입되어서 구멍을 만들고, 세포내 이온들이 유출되게 하는 독특한 작용기전을 갖는다. 근육통과 근육염증의 부작용이 있지만, 내성균주의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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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항생제 개발의 동향
현재 내성균들의 출현으로 전세계적으로 신규 기전의 항생제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 되어지고 있다. 6 하지만 항생제는 까다로운 임상시험과 규제에 비해 소수의 환자들에게만 단기간 사용되기에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가 되었다. 따라서 더 많은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에 뛰어 들 수 있는 유인정책이 국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 개발 중인 중요 항생제는 GSK의 peptide deformylase를 타겟으로 하는 GSK1322322와 유럽연합에서 지원하는 내성 결핵 치료용 Benzothiazinones항생제 개발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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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감염을 막는 중요 기전인 vaccine이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포도알균의 vaccine을 개발하여 감염 예방과 치료에 이용하고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7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편리한 항생제들이, 내성균의 등장으로 무용지물이 된다면, 사회적 파급 효과는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세균들의 내성 확보에 대한 대비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참고 문헌
1. 송영구, 항생제 개발의 역사 및 현황, Infect. Chemother. 2012, 44(4), 263-8.
2. 연합뉴스, 고대 누비아인, 항생제 상용, 2010.09.03|
3. Hoel D, Williams DN. Antibiotics: past, present, and future. Unearthing nature's magic bullets. Postgrad. Med. 1997, 101(1),114-8.
4. Lloyd NC, Morgan HW, Nicholson BK, Ronimus RS. The composition of Ehrlich's Salvarsan: Resolution of a century old debate. Angew Chem. Int. Ed. 2005, 44, 941-4.
5. Hermann, T. Medicinal chemistry of modern antibiotics: History of antibiotics. 2012, spring, lecture ppt from UC San Diego.
6. Donadio, S., Maffioli, S., Monciardini, P., Sosio, M., Jabes, D. Antibiotic discovery in the twenty-first century; Current trends and future perspectives. J. of Antibiotics, 2010, 1-8.
7. 김윤원, 그람 양성세균에서 유래 세포밖 소포체 및 이의 용도, PCT/KR2010/005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