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전문가 특별기고_신영근] 거꾸로 보는 새로운 글로벌 신약개발 패러다임

  • 2013.09.02
  • 292
거꾸로 보는 새로운 글로벌 신약개발 패러다임
 
신영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최근 한국에서 제약회사 또는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외국의 여러 제약회사들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통해 라이센싱아웃 또는 공동연구 등의 형태로 좋은 성과를 내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최근까지 미국의  바이오텍의 연구소에서 연구하였던  한인 과학자로서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 참으로 기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비록 지난 십수년간  혁신 신약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질병들에 대해  좋은 치료제가 없어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분들을 생각하면, 진정한 신약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또는 뇌질환 치료제 등 좁은 질병분야에서 이지만, 미국에서 십수년간 초기 신약검색단계부터 임상시험의  끝부분까지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겪은 연구경험을 토대로 부족하나마, 오늘도 글로벌 신약개발에  불철주야로 열심히 연구하시는 한국의 제약산업 과학자분들에게, 저의 작은 경험에 근거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드려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글로벌 신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데는 평균적으로 최소한 1조원 이상의 비용과 12~1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막대한 금액과 오랜 기간의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신약개발의 성공가능성은 아주 낮은 편이다. Phase I 부터 시작하는 임상시험 기간중의 성공률만을 따져보더라도,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저분자 합성신약인 경우에는 10% 내외, 모노클로날 항체의 경우일지라도 30% 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모노클로날 항체는 일반적으로 초기신약검색에 더욱 많은 연구노력과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 비용과 신약으로서의 허가성공률은 오랜기간 동안 장기 투여를 요하는 만성질환치료제 뿐만 아니라 항암제 등 다양한 질환을 모두 고려한 경우이며, 질환별로 다소 차이가 날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의 거대한 비용의 투자를  십년이상 오랜기간동안  인내하면서 해줄수 있는 투자자는 사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미국의 많은 바이오텍 회사들 중에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내에 허가 받은 신약이 하나도 없는 상태의 작은 바이오 벤처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엔젤 펀드 또는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받기 위해서, 다양한 파이프라인 구축과 동시에 각 신약 후보물질들의 확실한 milestone을 빠른 시일내에 보여 주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바이오 벤처회사가 특허 등을 통해서 아주 확실한 IP positioning을 하거나 또는 남들이 모방불가능한 획기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바이오 벤처캐피탈들 역시 그  작은 바이오 벤처회사에 오랜 기간동안 투자가 어렵다.  미국 바이오 관련 벤처캐피탈의 투자 전략 역시 180~250억 내외의 비용으로, 약3년 정도의 짧은 기간내에 임상에서 proof of concept가능성이 있는, 전임상후반 또는 초기 임상단계의 first-in class 또는 best-in class신약후보물질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투자 회사의 전략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early stage discovery candidate를 아주 저렴한 cost로 license-in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와 리스크에 대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사실 투자 기준을 충족하는 신약후보물질은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license-in하고 싶은 대상 물질이다.

  따라서 바이오 벤처 투자회사들의 투자 패턴을 잘 이해하고 준비 것이, 한국의 글로벌 신약개발에 있어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느정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즉, 인간의 질병을 잘 대변할 수 있는 translational biology 동물모델을 빠른 시일 내에 개발하고, 이를 통해서 부작용은 적으면서first-in class 또는 best-in class로서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효능을 보여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신약후보물질이 발굴하는 것이다. 그러고  2~3년 이내  단기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여서 그 후보물질의 임상에서의 성공여부를  최대한  빨리 예측해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 물질을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서 Modeling & Simulation 그룹들이 임상시험 초기부터  다양한 simulation tool들을 사용하면서, 임상 2상 또는 3상에서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본 저자가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것은 임상초기 뿐만 아니라 초기 신약검색 단계에서부터 회사 자체 resource에 맞는 customized 된 예측 모델을 개발을 하여, 허용될만한 오차 범위 내에서  임상 2상의 결과를 대략이나마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mindset, 즉 임상 2상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예측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초기 후보물질발굴 의사결정 process는, 유기합성, 항체엔지니어링, 타겟발굴, hit-to lead identification, lead optimization 등  초기 신약검색을 하시는 분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고 또 알아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lead compound가 in vitro 또는 전임상 동물모델에서만 optimization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신약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내에서 해당 신약후보물질이 어떻게 흡수, 분포, 대사, 배설되는 지를 빨리 알아보는 것이 임상에서의 성공율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만약 기대했던 것보다 해당 약물의 인체내의 거동이 좋지 않다면, 더 많은 투자를 하기전에 해당 후보물질의 개발을 조기 중단을 하고, 차라리 다른 약물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신약후보약물의 초기 임상 결과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알아내는 방법도 소개되었다. 특히 가속질량분석기 (Accelerator Mass Spectrometry)와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의 극미량의 나노-트레이서 방사성지표물질을 이용하여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초기 임상결과 및 약물의 대사 배설 경로 등을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나 바이오텍들 뿐만아니라, 작은 바이오벤쳐회사들도 이러한 새로운 임상시험을 널리 이용하여, 개발중인 약물의  초기임상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예측하고 있다. 해당 이러한 방법을 통해 조기에 확보된 임상데이터는, 후보물질을 라이센싱-아웃할 때 약물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글로벌 신약개발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세계 각 나라에 속한 해당 정부의 보건의료기관의 허가를 받는 것이며, 특히 미국과 유럽이 전세계  제약시장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의 신약허가에 관련된 최신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정보 및 updated ICH guidelines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고, 이를 신약검색 또는 신약개발 단계에서 미리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게 되면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허가를 받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의 상위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보력이 아주  빠른 편이나 아직도 많은 한국내 많은 작은 제약회사나 바이오벤쳐들은  그러한 내부적 resource가 없는 형편이다).

  한 예로 유럽의 보건기관인 EMA에서 2012년도에 GLP/GCP 시료분석에 필요한 새로운 분석 밸리데이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고, 임상에서의 약물 대사효소 및 수용체에 대한 약물-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발표하였다. 미국 FDA 역시 GLP/GCP 생체시료분석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초안이  내부적으로 어느정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며, 임상에서의 약물 대사효소 및 수용체에 대한 약물-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초안을 2012년도에 소개하여 전세계의 제약관련 업체들로 부터 조언을 구하고 있다 . 특히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드는 단계에서 FDA는 전세계의 제약관련 학계, 연구소, 회사 등 많은 연구자들 분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또 일정 시간 후에는 그 조언들을 요약하여 public에 공개도 하기에, 그 자료를 미리 조사하는 것도 새로운 룰에 대한 빠른 접근을 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모든 임상데이터는 이러한 가이드라인들에 준하여 FDA 또는 EMA등의 해당분야 전문 심사관들에 의해 심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신약 허가에 관련된 다양한 글로벌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잘 알고 있다면, 초기 신약검색단계에서 여러 후보물질들 중 개발 가능한 후보약물을 선정할 때,  아주 효율적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초기 신약검색분야에서만 주로 연구해온 연구자들이, 새로운 임상가이드라인 같은 신약개발 후반부과정에 대해, 임상연구자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관심도가 많이 낮은 것을 한국제약업계에서 주로 보아왔다. 하지만 초기신약검색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잘 이해하고 그 가이드라인들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약물 검색, 합성 또는 항체 클로닝을 하게 된다면, 차후에 임상시험에서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글로벌 신약은 시장규모면에서나 마케팅 측면에서 볼때, 한국의 제약업체 단독으로는 거의 개발이 어렵다. 그래서 전세계 마케팅 네트워크를 갖춘 다국적 글로벌 제약사를 가급적이면 파트너로 해서 공동개발할 수 있으면 이상적이라 하겠다. 따라서 약효가 아주 우수한 약이 글로벌 신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회사가 관심을 가지고 license-in하고 그것을 글로벌 마케팅을 해줄수 있는 약물이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 목표라면 당연히 글로벌 마케팅을 갖춘 다국적 제약회사가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고 싶은 신약 후보물질을 pipeline에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인 전략일 것이다.

  거꾸로 한마디로 말한다면, 다국적 제약회사가 license in을 하기 전에 주로 시행하는 due diligence 기준 (사실 FDA or EMA guideline보다 훨씬 까다롭다) 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물질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함께 개발해야만, 연간 매출 3조 이상의 blockbuster 글로벌 신약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은 글로벌 신약 마케팅이 가능한 그들의 눈높이 및 기준에  맞추어서 처음부터 매력적인 target 선정, hit-to-lead, lead optimization, candidate selection이 진행된다면 아주 효율적으로 글로벌 신약개발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글로벌 신약개발을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1) 글로벌 신약시장규모,  (2) 글로벌 제약회사의 공동개발 투자기준, 그리고(3)  FDA/EMA  신약허가 기준 ,  (4)글로벌 제약회사의 인-라이센스 기준 등의  요소를 먼저 신약검색 및 개발의 모든 단계에 관련된 연구자들이  최대한 이해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초기 신약검색 및 전임상, 초기임상 등의 과정에   “꺼꾸로 적용을 해보는 새로운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응용한다면, 글로벌 신약개발의 비용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상시험의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후보물질을 도출해 낼수 있다.  아울러 나노-트레이서와 가속질량분석기를 이용한 조기 임상시험을 통해서 신약개발 후보물질의 임상에서의 성공 여부를 빨리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신약개발에 있어서 리스트를 줄이며서 효율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는 말

  경제학책1 에 나오는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 방정식 (quantity equation) 이론에 따르면 그 지역의  물가수준은 다음과 같이 표시 된다.
 
          산출량의 명목가치  = M x V
          (M: 통화량, V: 화폐유통속도)

  저자는 이를 신약개발의 생산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바꾸고자 한다.
          신약개발 산출의 명목가치 = K x V
          (K: 신약개발 관련 지식/정보 (knowledge), V: 정보교환속도 (velocity))


  미국 또는 유럽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신약개발관련지식이 많을 수 있다 (즉, 더 큰 K값이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있어서 한국은 한국의 인구수 및 경제규모에 걸맞은 충분한 지식 (K)은 그간 유수 학회지에 투고된 논문의 질과 수를 봐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생각이 든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개발 산출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초기신약검색 연구원부터 후기 임상담당자 모두가 통합된 신약개발의 전과정 정보를 활발히 교환하고 나누는 것이다. 비록 본인의 연구 분야가 아니라 할지라도 분절된 단계별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개발 각과정에서  정보교환속도 (V)를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 신약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이는 특히 한국내 작은 중소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큰 제약회사에서도 신약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정부 차원의 글로벌 신약개발의 목표를 위해서는, 부처간의 정보 교류를 활발히 하여 그 정보교환속도 (velocity)를 극대화 하여야 한다. 이렇게 부처간의 벽을 허물 수 있을 때, 아주 효율적인  글로발 신약개발 지원 및 투명한 연구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벽 허물기 전략은 특히 미국의 제넨텍 등 주요 바이오텍들이 지난 2000년대 이래 아주 성공적으로 구사하였고, 그로 인해 신약개발 생산성이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보다 훨씬 높은 결과를 나타내게 되었다.2 한국적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에도 이 모델이 바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야구선수였던 Babe Ruth의 격언을 소개하며,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The way a team plays as a whole determines its success. You may have the greatest bunch of individual stars in the world, but if they don’t play together, the club won’t be worth a dime”


참고문헌
1. Gregory Mankiw, Essentials of Economics, 4th ed. 560~561.
2. Peter Tollman et al. Identifying R&D outliers,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2011, 10(9), 653-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