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업 동향

[Licensing Story_김재은] 해외 라이센싱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다

  • 2014.12.01
  • 621
해외 라이센싱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다
-당신은 ‘알맹이’를 가지고 있는가?-

 김재은, ㈜ 한독

글로벌 매출 규모 상위 10위 권인 제약사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한 번 들여다보자.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최근 10 년 간 그들의 R&D 활동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혁신적인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즉, Novartis에 있는 프로젝트와 같은 이름의 프로젝트가 GSK에도 있고 Sanofi에도 있고 Pfizer에도 있다. 10 여년 전 글로벌 제약사 Discovery 그룹의 수장이 “옆 회사도 하니, 우리도 일단 넣자” 식 밀어넣기 전략으로 실무진에게 던져 준 프로젝트가 반 이상에 육박하고 이들 프로젝트가 이제는 임상 프로젝트로서 수면 위로 올라온 때문이다. 입이 떡 벌어지게 큰 R&D 예산과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대형제약사들은, 대규모의 R&D 인력을 운용함에 따른 시스템적인 난점, 다양하고도 많은 수의 프로젝트에 대한 향방 결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갖추어야 하는 심사 시스템의 헛점,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시니어급 관리자들의 비혁신적인 사고 방식,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이 맞물려져서 혁신적이지만 risk가 큰 프로젝트는 선택을 못받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의 대형제약사의 파이프라인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눈치가 한 단계 더 빠른 사람이라면, 구색 갖추기 식의 프로젝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사이사이에 드문드문 경쟁사의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드는 혁신적인 아이템들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혁신적 아이템은 되도록이면 discovery 단계에서는 물 밑으로 꼭꼭 숨겨두었다가 후에 드러나게 되면 경쟁사 그룹으로 하여금 “아니, 저런 훌륭한 아이템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지?”라는 질투와 부러움을 한없이 유발하게 된다. 이들 혁신적 프로젝트들의 역사를 각각 파헤쳐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몇몇 예외를 제하고는 대부분이 소규모 바이오벤처 및 바이오텍의 프로젝트에서 기인하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들 프로젝트를 양산해낸 바이오텍 회사는 어떻게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자본으로 운영하면서도 대형제약사에서는 이루어내지 못한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여러 다른 시각이 가능하겠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그 비결은 아이템의 ‘알맹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고 회사의 전략 및 의지도 필요하고 라이센싱 딜로 이끌어낼 사업개발 활동의 전략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결국은 ‘구색 갖추기’용 사이에서 눈이 번쩍 뜨이도록 빛이 나는 알맹이가 없이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외모에 비유하면, 아무리 비싼 옷으로 감싸고 꾸며도 본래 지니고 있는 미모가 부족하면 소용이 없고 타고난 미남미녀를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라이센싱, 특히 초기단계의 라이센싱을 찾아다니는 big pharma의 스카우팅 부서에서는 오히려 이 거적떼기를 걸친 미남미녀를 찾고 있다. 감추어진 보석이야말로 현재가치를 최소화하여 들여온 후 급격하게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알맹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사 향후 개발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설사 회사 전략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이 ‘알맹이’가 튼실한 아이템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벤처회사에 근무해본 경험이 없지만, 한국의 제약사 R&D에 종사하는 한은, 규모 면이나 전략 면이나 해외 소재 벤처회사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맥락이라면, 필자는 현재 바이오벤처에 근무하는 중이다. 벤처회사는 갖추지 못한 부서가 많고 ‘보석같은’ 아이템을 찾아서 진행한다고 해도 좋은 옷을 입히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라이센싱을 위한 프로젝트의 경우, 멋지게 겉모습을 꾸미거나 비싼 옷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저절로 빛나는 미남미녀와 같은 알맹이를 지니고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낸 바이오텍 회사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봄으로써 우리가 취해야할 교훈적 메세지와 전략적 계획 수립 등을 도출해 내는 것은 필수이다. 사례로 살펴볼 각각의 회사에는 서로 다른 역사와 현실 상황이 있겠으나, 그들의 성공사례에서의 상이점 및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 그들이 어떠한 ‘알맹이’로 승부를 걸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각 회사들의 전략 분석 및 벤치마킹의 숨겨진 묘미라고 생각한다. 지면 관계 상 필자가 분석한 사례 중 두 가지만 풀어보겠다.

Calistoga Pharmaceuticals, Inc.
칼리스토가는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시 소재의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로 출발하였고, 혁신적인 항암 타겟 1종의 아이디어를 자산으로 하여 창립된 회사이다. 2007년 3월에 벤처 캐피탈 4곳의 공동 출자로 하여  2천 6백 2십만불이라는 액수로 Series A 파이낸싱을 획득한다. 이 회사의 ‘알맹이’는 PI3K-delta isoform-specific inhibitor이다. 

당시 PI3K는 상당히 인기가 있는 항암 타겟으로서 앞서 언급한 모든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에 중복하여 존재하는 타겟 중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PI3K의 여러 isoform들은 암세포 외의 정상 조직에서도 중요한 생물학적, 생리학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부작용 및 그에 따른 용량 조절에 의한 약효 감소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Neill Giese 박사가 이끄는 칼리스토가의 연구팀은 PI3K의 isoform 중 하나인PI3K-delta가 leukocyte에만 존재하며 혈액암의 경우 다량 발현되어 있다는 사실점에 착안하였다. 이 isoform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저해제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발점으로 하여 각종 혈액암에 동시다발적으로 적용가능한 경구용 신약을 목표로 팀을 조직하게 된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인산화효소의 구조생물학적 분석법과 모델링 기술에 힘입어 기술적 가능성을 이끌어 내었다. 회사의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최소 단위의 연구팀으로 구성되었을 것이고 오로지 자신들이 발굴한 항암 타겟 1종에만 전폭적인 투자를 하게 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림 1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2009년도 당시 칼리스토가의 파이프라인에는 단 1종의 타겟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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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현재는 사라진 Calistoga Pharmaceuticals 웹페이지의 2009년도 당시의 스크린샷

Series A 파이낸싱 후, 칼리스토가는 isoform-selective inhibitor의 개발에 주력하여 CAL-101이라고 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게 되고, 이는 연이어 2009년도의 3천만불에 해당하는 series B 파이낸싱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빠른 개발 속도를 돋보이며 임상 진입에 성공하여 2010년도에 임상 비용을 위한 4천만불의 series C 파이낸싱을 받게 된다. 

임상 POC 후 이 보석을 채가게 된 회사는 길리어드社이다. 2011년 2월, 길리어드는 총 6억불의 딜로 칼리스토가社와의 합병을 추진한다. 현재 길리어드로 개발책임이 넘어간 칼리스토가의 약물은 후에 idelalisib(상표명 Zydelig) 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며 소규모 임상 종료 후, 올해 7월에 미국과 유럽에 승인을 획득하였다. Anlalyst들은 이 약의 peak sales를 연간 1.5 billion dollors (1.5조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 외에도 길리어드에게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굉장하다. HIV와 C형 간염 시장에의 성공적인 약물 개발에 연이어 항암제 시장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게 되는 발판을 제공받게 되어 대형제약사로의 도약이라는 장기 목표에 박차를 가하는 전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합병 당시의 칼리스토가의 총 고용인원은 75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즉, 시작점서부터 꾸진히 혁신적인 항암 타겟 1종으로 신념 있게 연구를 진행하여 75명이라는 인원으로 6억불이라는 가치 창출에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여러 회사들이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혁신’이 아닐까 싶다. 칼리스토가는 이 둘을 가장 적절하게 혼합하여 회사의 개발전략, 연구전략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이윤 창출의 성공으로 이끈 가장 단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다. 이 약의 성공이, 제대로 된 ‘알맹이’로 승부하지 못하는 수많은 mediocre 바이오텍 회사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 남따라하기에 급급하고 틈새 시장을 엿보기에만 투자하나, 정작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컨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현세의 제약 R&D 커뮤니티가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에 요구하는 가장 큰 역할을 온 몸으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 된다. 당시의 길리아드社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그리고 그러한 중대형 바이오텍 회사나 대형제약사의 R&D 파이프라인에 자랑스럽게 진입할 수 도록 만드는 이 ‘알맹이’의 승부처야말로 약물 자체로 승부하는 소규모 바이오텍 회사의 존재의 이유이며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Regeneron Pharmaceuticals, Inc.
이번에는 비슷한 케이스로 시작하여 좀 더 큰 규모로 자체 성장을 거듭한 성공 실례로서 리제너론社의 경우를 살펴 보겠다. 리제너론社는 뉴욕 주의 태리타운 시에 헤드쿼터를 두고 있으며 2012년 매출 기준으로 약 14억불을 기록하는 현재로서는 중대형급 바이오텍 회사로 급성장하게 된 회사이다. George D. Yancopoulos 박사라는 초특급 스타 과학자를 배출해 내며 이를 선두주자로 하는 이 회사의 연구진은 칼리스토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역시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시발점을 이루게 된다. 

리제너론은 창립멤버인 Leonard Schleifer는 당시 코넬대 의과대학의 신경학 조교수였으며, 1998년도에 1백만불이라는 소규모 자본을 가지고 바이오벤처를 창업하고 George Yancopoulos 박사를 연구 총책임자로 영입하게 된다. 당시Yancopoulos 박사의 나이는 28세로서 관련 학계에서는 유명한 논문의 저자이기는 했지만, 제약업계의 R&D는 처음으로 경험한다. 리제너론은 신경세포의 재생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여 신경세포 재생 관련 성장인자의 발견을 속속 진행하게 된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를 통해 1천만불의 자본 확보로 이어지며, 2년 후인 1990년도에는 Amgen과의 1억불 짜리 딜을 이루게 된다. 이후에도 제약사와의 딜은 이어지지만, 이러한 회사의 성장기 중 회사 연구진의 잠재력과 기술력은 인정받을 지언정, 이 연구 결과가 논문을 연이어 출간하는 데에만 기여할 뿐, 그 후 10년 간 약물로서의 성과로서 임상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데에는 참패를 맞게 된다. 즉, 칼리스토가의 경우와는 달리 리제너론의 초기 상황은,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시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조차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논리를 현실로 재현한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 위기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서 새로이 등장한 인물은 Roy Vegelos이다. Vegelos는 Merck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급 인사이고 리제너론 측에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인사 발령이었다고 한다. Vegelos의 영입에 힘입어 리제너론은 새로운 전기를 맏이하게 된다. Vegelos는 본인의 전문분야와 회사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하며 대형제약사의 성공 마인드와 전략 수립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모든 것은 science에 기반한다’는 굳건한 가치관이 이에 해당된다. 이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꾸준하게 science에 기반한 R&D를 신념있게 추진한 결과, 현재의 매출구조가 가능한 중대형 바이오텍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림 2). 이는 2008년 2월에 FDA 허가를 취득한ARCALYST (rilonacept), 2011년 11월에 FDA 허가를 취득한Eylea (aflibercept), 2012년 8월에 FDA 허가를 취득한Zaltrap(aflibercept), 이 3종의 약물의 성공에 기인한 것이다. 
 

그림 2. 리제너론 사의 2008-2012년도 매출 규모와 성장 속도, Source: Pharma eTrack

현재 리제너론은 미국 소재 바이오텍 회사 중 R&D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회사로 기록되고 있다. 회사의 scientific board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회사 R&D의 수장은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논문을 출간할 정도로 학계의 첨단 동향에 가까이 있다. 회사의 경영진의 연봉은 미국 바이오텍 수장들 중 최고 리스트에 매년 오른다 (표 1). 이러한 compensation이 회사로서는 매우 적절하고 공평한 대우라는 발표를 늘상 한다. Sanofi와의 최근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매년 최소 1억 6천만불이라는 연구비 지원을 Sanofi 측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 모두 Science에 신념 있게 투자한 R&D 파이프라인의 가치 상승과 신뢰도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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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Regeneron 경영진의 2013년도 연봉, total compensation 기준, source : company proxy

초반에 지속된 실패로 14억불의 손실을 내고 그에 따른 어지러운 롤러코스터를 충분히 경험하고도 리제너론이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 방향을 꾸준히 유지해온 경영진의 의지와 견고한 전략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그 견고한 전략의 가장 근간에 해당하는 것은 ‘ 모든 것은 science에 기초한다’라고 하는 신념이다. 흥망성쇠를 경험하는 수많은 전세계의 바이오벤처들에게 이 리제너론이라는 회사가 주는 메세지는, 회사의 R&D 파이프라인의 견고성과 혁신성이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철저한 과학적 이론이 뒷받침되었을 때 그 회사의 파이프라인이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되는지, 그리고 철저한 자문과 시장조사를 통해 장기전략 수립 시 무형의 가치 창조 부가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다. 즉 리제너론이 가지고 있는 ‘알맹이’는 science에 근거한 비지니즈 모델이며 science에 근거한 corporate culture이다.

맺는 글
필자가 모 글로벌회사의 discovery 그룹에서 연구할 당시인 2006년도 즈음에 상부로부터 다음과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 그룹 내의 모든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 관련하여 일년에 적어도 한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것을 종용하고 이 결과를 한 해의 업적 평가와 인센티브 제도에 포함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 하에서 각각의 프로젝트를 파이프라인 상에서 다음 스테이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매우 빠듯한 진도 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이었고 이 진도를 맞추기 위해 모든 연구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R&D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도대체 이 상부의 결정이 왜 현재 동향과는 반대로 보이는 방향을 향하게 되었는지 그 당시의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상부의 결정이 옳은 것이었는지에 대한 증명은 회사의 합병 및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R&D 구조 파괴로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그 이후 다년 간 수많은 미국 소재 그리고 국내 소재의 바이오텍 회사들의 성공 스토리와 실패 스토리를 접하여 눈을 넓히고 난 후, 필자는 그 당시 경영진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연구 그룹 내에 두뇌에 해당하는 인재들은 끊임 없이 혁신적인 가설과 학계의 최신 동향에 가까이 가려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 신약개발 그룹의 10년 후, 20년 후의 미래가 존재하게 된다. 논문을 안고 잠을 자야되고, 화장실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이론에 대해 떠올려야 한다. 회사의 미래 가치 창출은 이러한 scientist들의 두뇌에서 나오는 것이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가치 부여 역시 scientist들의 두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즉, ‘알맹이’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이 글을 읽는 한국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 R&D 관련 종사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벤치마킹할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있을 때에 그 경쟁 약물의 동향과 헛점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을 더 보내는지, 어떻게 비열등성을 증명할 개발전략을 수립할 지에 시간을 더 보내는지, 아니면 관련된 이론을 정립하고 학계와 업계의 최신 연구 동향을 읽어내고 홀로 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당신의 알맹이는 무엇입니까?’ 이다. 

무조건 따라잡기 식 프로젝트는 명백히 잘못된 벤치마킹의 사례이다. 선두 주자가 효능 부족으로 혹은 안전성의 문제로 혹은 심지어 자사의 전략 변경으로 개발이 중단되었을 때에는 뒤따라가던 본인들의 약물도 덩달아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바로 그 ‘잘못된 벤치마킹’ 방식의 결말이다. 만약 자신들의 약물에 자신이 충분히 있다면, 경쟁 약물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곧바로 자신들 약물의 경쟁력 회복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도, 따라잡기 식 벤치마킹에서는 그런 자신감 따위는 설 자리가 없다. 왜 앞서가는 경쟁약물의 개발 중단이 자사 약물의 개발 중단을 의미하는지를 묻는다면 대답을 뚜렷이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또다른 특징이다. 그만큼 전략적으로도 신념 있고 올곧은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리고 약물의 경쟁성에 대한 타당성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벤치마킹이었기 때문이다. ‘알맹이’에 주력하지 않은 벤치마킹의 말로이다.

현재 대형제약사의 R&D는 ‘구색 갖추기 식’으로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의 갈구’로의 파라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고 이것은 바이오텍 회사에게는 큰 기회요소라고 분석된다. 이러한 시기에, 견고한 science와 뛰어난 프로파일을 지닌 약물과 혁신적인 기반기술을 소유한 바이오벤처라면 그리고 이러한 기술과 약물 개발을 충분히 수행하기에 부족함 없는 전략과 경영진의 신념을 보유한 한국의 제약회사라면 규모에 전혀 상관 없이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 수천불, 수억불 짜리 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이러한 기회 요소를 잘 이용하여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통해 필수 요인과 전략 및 방향성을 자사에 성공적으로 적용, 안착시켜서 국내에서도 멋진 성공 사례가 속속 탄생하게 되기를 필자는 간절히 희망한다.